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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하이난을 제2 홍콩으로”… 시진핑표 사업, 공들이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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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이난을 제2 홍콩으로”… 시진핑표 사업, 공들이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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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3.03.02. 오전 4:12   수정2023.03.02. 오전 9:13

 

자유무역항 개발에 속도… 기업·공장·병원 건설 한창
 

중국 하이난의 초대형 면세점인 싼야 국제 면세시티. 지난해 10월 문을 연 하이난 하이커우 국제면세점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큰 면세점이다. 중국 정부는 무역·관광·의료 등 분야에서 하이난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제2의 홍콩’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하이난=이벌찬 특파원
가나 국적 사업가 킹스퍼드 존(31)은 지난해 중국 하이난성(省) 하이커우시에 무역회사를 차렸다. 지난달 19일 저녁 하이난성 하이커우시에서 열린 ‘하이커우 인터내셔널 살롱’에서 만난 그는 “홍콩·광둥성 등 여러 지역을 고려하다 하이난의 2025년 전면 무(無)관세 정책을 노리고 이곳에 터전을 잡았다”고 했다. 행사를 주최한 하이난성 외사판공실의 왕다쉐 부주임은 “하이난성이 자유무역항으로 지정된 이후 외국 기업가들이 기회를 찾아 몰리고 있다”며 “하이난 건설은 중국 개혁·개방 역사에서 상하이·선전 개방에 이어 셋째로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한국 면적의 3분의 1 크기의 하이난섬(3만3900㎢) 전체를 ‘제2의 홍콩’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특히 하이난 개발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자신의 업적으로 만들기 위해 관심을 쏟는 프로젝트라 중국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하이난을 세 번(2013·2018·2022년)이나 방문했다.
 

중국이 키우는 하이난 자유무역항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은 시진핑이 2018년 직접 선포했고, 2025년까지 8년에 걸쳐 봉관(封關·특수지역으로 완전 분리)할 계획이다. 하이난의 기업 소득세(15%)·개인 소득세(15%)는 홍콩(16.5%·17%)보다 낮다. 일부 상품·서비스에만 적용하는 무관세 정책도 봉관에 맞춰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중국인에게 적용되는 면세점 면세 한도는 하이난(10만위안)이 홍콩의 20배에 달한다. 하이난은 주류에 대해서도 면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마오타이·우량예 등을 중국 내륙보다 13%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된다.

코로나 방역 완화 이후 하이난의 주요 산업 단지들은 기업·공장·병원을 세우기 위해 대규모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지난달 19일 하이커우 장둥신구의 건설 현장에서는 춘제(중국 설) 이후 1000여 명의 노동자가 복귀해 건물을 올리고 있었다. 하이난성 고위층은 지난달부터 주변국을 돌며 ‘하이난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7일과 21일 각각 인도네시아·베트남에서 열린 하이난자유무역항홍보회는 총 69억위안(약 1조3150억원)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20일 보아오시 러청(樂城)국제의료관광시범구 내 보아오이링(一齡)생명양호센터의 런웨이에서는 40대 여성 환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환자들은 치료를 받으며 머무는 동안 이곳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퍼스널 쇼퍼의 코디 제안을 받는다. 병원에는 런웨이 외에도 서예실, 다도실 등이 마련돼 있다. 부유층을 위한 건강 관리 병원인 이곳은 하이난성의 해외 의료기기·약품 우선 도입 가능 제도를 이용해 가장 앞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곳에 투자된 금액은 24억위안(약 4500억원)이다. 인근 치료병원까지 포함해 부지 면적은 17만㎡(5만1430평)에 달한다. 1년 회원 등록비는 평균 45만위안(약 8500만원)이고, 보통 3개월에 한 번씩 방문해 일주일에서 열흘간 병실에 거주하며 건강검진·물리 치료·약 처방 등을 받는다. 병원 관계자는 “중국 부유층이나 신원 노출을 꺼리는 유명인사들이 주 고객층”이라면서 “회원이 30만명인데 고가의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한 고객은 지금까지 2000만위안(약 38억원)을 쓰기도 했다”고 했다. 지난해 18만9000명이 러청국제의료관광시범구에 의료 관광을 왔고, 이 가운데 1만7853명이 새로운 의료 기기와 약품의 혜택을 받았다.
 

하이난성 보아오이링(一齡)생명양호센터 내부에 마련된 서예실. 환자들은 치료를 받으며 머무는 동안 이곳에서 서예를 즐길 수 있다. 자유무역항으로 지정된 하이난성은 해외 의료기기·약품을 내륙보다 앞서 도입할 수 있다./하이난성 제공
지난달 23일 싼야의 국제 면세시티에서도 수천명의 관광객을 볼 수 있었다. 국영 차이나 듀티프리그룹(CDFG)이 운영하는 내국인 전용 면세점인 이곳은 세계에서 둘째로 큰 면세점이다. 지난해 10월 하이커우에 문을 연 면세점이 22만㎡로 이곳의 두 배에 가까운 크기다. CDFG관계자는 “면세점을 아무리 크게 지어도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하이난에서만 6곳의 면세점을 운영하는 CDFG는 2019년까지 세계 면세 기업 순위에서 10위권 밖이었지만 지금은 세계 1위다. 2021년 매출은 약 13조원으로 세계 2위와 3위인 롯데 면세점과 신라 면세점의 매출액을 더한 것보다도 많다. 프랑스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작년 3월 하이난에 자회사 ‘LVMH향수화장품하이난유한공사’를 설립하며 하이난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재 하이난 면세점에서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 품목은 향수·화장품으로, 시중 가격보다 최대 40% 낮다.
 

지난달 22일 중국 하이난성의 '섬 안의 섬' 시다오에서 관광객들이 배를 타려고 줄을 서 있다. 시다오는 2018년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왕훙(인플루언서)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하이난=이벌찬 특파원
하이난은 외국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관광지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싼야에서는 해변을 끼고 있는 작은 어촌들이 예술·친환경 테마의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었다. 인구 4000여명의 시다오(西島)는 하루 평균 1만2000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춘제 기간 민박 숙박료는 1박에 5600위안(약 107만원)까지 치솟았다. 하이난에서 ‘천혜의 산소 카페’로 불리는 우즈산(五指山·해발 1867m)은 지역 내 모든 외국어 표지판에 한국어 문구를 넣을 계획이다. 지난달 21일 우즈산에서 만난 주훙링 시 당서기는 “하이난의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한국인이 러시아인에 이어 둘째로 많다”면서 “올해 우즈산은 한국 관광객 5만명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우즈산 인근의 마오나촌은 중국의 소수민족인 리족의 수공예 홍차와 전통 공연을 내세운 체험 관광지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지난달 20일 하이난성의 하이커우시 야경. 화려한 다리 조명이 밝혀져 있다./하이난=이벌찬 특파원
하이커우(海口)항에서는 유람선 야경 투어가 활성화됐다. ‘하이난즈싱(하이난의 별)’ 유람선은 올해 초 하이커우의 랜드마크들을 둘러보는 노선을 개시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지난 26일 하이난성 대변인은 ‘하이난 여행산업 고품질 발전 전력 추진’ 기자회견에서 “국가체육총국이 하이난을 전국 스포츠 관광 시범구로 삼은 만큼 앞으로 3~5곳의 시·현에 성(省)급 대규모 스포츠 관광지를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홍콩·하이난의 관광객 수는 2019년 기준 하이난(8314만명)이 홍콩보다 2700만명 정도 많고, 작년에는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그러나 하이난이 제2의 홍콩으로 도약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하이난은 홍콩과 달리 글로벌 표준이 자리 잡지 않아 홍콩이 미국·영국식 프로토콜을 갖춘 것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홍콩과 달리 인터넷 자유가 없고, 외국인 방문 선호도가 아직 낮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금융 산업이나 무역 규모에서는 홍콩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b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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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