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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2-24 11: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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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년 '최장수' 전경련 회장의 씁쓸한 퇴장
내용

 

입력2023.02.23. 오후 4:49   수정2023.02.23. 오후 6:50

 

허창수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사진=뉴스1
퍽이나 고단했던 모양이다. 12년의 임기를 마친 허창수(75)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장은 후임자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정기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따로 이임사를 내거나 전경련 내부에 전하는 메시지도 없었다.

그는 '불가피한 이유'로 불참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2011년부터 2년씩 6번이나 연임하며 가장 오랜기간 전경련을 이끈 최장수 회장의 퇴장이다.

허 전 회장이 공식적으로 전경련에서 퇴임하는 23일 제62회 정기총회.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정기총회에는 김병준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직무대행과 주요 회원들이 참석했다. 무너졌던 전경련의 새 출발을 지켜보려는 기자들의 관심도 몰렸다. 이날 현장에는 30~40명의 기자들이 있었다. 떠나는 허 전 회장의 소회와 새로운 김 직무대행의 각오를 듣기 위해 현장에 왔다.

정기총회 현장은 차분하면서도 '다시 잘해보자'는 의지가 느껴졌다. 김 직무대행은 수락인사에서 "(전경련이)제 기능을 못하고 쇠퇴해가는 것을 보면서 걱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왔다"며 "전경련은 이제 편안하고 익숙한 길이 아닌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길을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경련의 주인은 기업인"이라며 스스로 6개월만 일하겠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하지만 김 직무대행의 옆자리에 허 전 회장은 없었다. 정기총회 의장석에는 김 직무대행과 이날로 임기를 마치는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이웅열 회장후보추천위원장(코오롱 명예회장)만 자리했다.

결국 김 직무대행은 전임 회장과 악수도 하지 못하고 전경련을 맡게 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병준 신임 미래발전위원장 및 직무대행과 권태신 전 상근부회장, 이웅열 전 회장후보추천위원장(코오롱 명예회장) 등 참석자들이 23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63회 정기총회에서 박수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언론노출과 대외 활동을 꺼렸던 허 전 회장은 2017년부터 사임 의사를 밝혀왔었다. 당시 허 전 회장은 3번째 임기 중반인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논단 사태가 불거졌고, 자리를 맡을 후임자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올해까지 3번 차례나 더 맡게 됐다. 허 전 회장은 2017년 취임사에서 "이번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밝히며 임기를 시작했다.

6년이 지났지만 전경련은 여전히 그대로다. 조직을 이끌 차기 회장을 찾지 못했고, 정치인 출신에게 한시적으로 역할을 넘겼다. 조직의 수장은 2021년 취임사에서 "전경련과 저에게 거는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귀를 열고 고민하고 실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변화는 없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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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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