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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2-24 11: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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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자 28% 뛰고 난방비 16% 껑충… 아끼고 아껴도 살림 팍팍
내용

 

입력2023.02.23. 오후 4:40   수정2023.02.24. 오전 10:09

 

통계청, 4분기 가계동향조사
 

23일 서울 시내 한 건물에 가스계량기가 설치되어 있다. /뉴스1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모(45)씨 부부는 25일 낼 카드값 때문에 근심이다. 초6 아들, 아내와 함께 세 식구 생활비로 작년 2월만 해도 200만원쯤 카드값이 나왔는데, 이달은 250만원 넘게 치솟은 것이다. 김씨는 “고물가에 외식을 줄이고, 연료비가 올라 침실로 쓰지 않는 방에 난방을 안 하는데도 지출이 늘어났다”며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연 3%대에서 1년 새 4%대로 올라 통장에 돈이 남는 달이 거의 없다”고 했다.

고(高)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작년 4분기(10~12월) 가계부가 팍팍해졌다. 난방비와 교통비, 식비 등 지출이 1년 새 6% 가까이 불어난 반면, 이자로 빠져나가는 돈이 크게 늘면서 생활비로 쓸 수 있는 소득은 3% 조금 넘게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소득은 작년 3분기부터 2분기 연속 뒷걸음질 쳤다.
 

난방 9% 줄였지만 난방비는 16% 늘어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69만683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9% 늘었다. 물가와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이자 비용(28.9%)과 난방비 등 주거용 연료비(16.4%), 교통비(16.4%), 가정용 식료품비와 외식비를 합친 식비(14.2%)가 크게 오른 영향이다. 연료비 상승폭은 2006년 통계 집계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물가 때문에 명목 지출이 늘었지만 우리가 실제 소비하는 양은 거의 변동이 없었거나 오히려 줄었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난방비 등 주거용 연료비는 명목 지출이 16.4% 늘었지만,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지출은 8.9% 감소했다. 김씨처럼 씀씀이를 줄였음에도 지출액은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작년 4분기 전체 실질 지출은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21년 4분기만 해도 증가율이 2.2%에 달했는데, 고물가가 본격화된 작년 1분기부터 4분기 연속 0%대 증가세를 이어갔다. 작년 연간 소비지출액도 명목상으로는 1년 전보다 5.8% 증가했지만, 실질 증가율은 0.7%에 그쳤다.
 

씀씀이 커졌는데 소득은 찔끔 늘어


반면 작년 4분기에 가구당 평균 소득은 483만3575원으로 1년 새 4.1% 늘어나, 상승 폭이 전년 동기(6.4%) 대비 크게 줄었다. 근로소득이 7.9% 늘어 4분기 기준으로 가장 큰 폭으로 불어났지만, 인건비와 원자재값 부담으로 자영업자들의 사업 소득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이자와 세금, 사회보험, 연금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390만5409원으로 상승폭이 3.2%에 그쳤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연 3~4%대였던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대출 금리가 연 5~6%대로 치솟으면서, 이자 비용은 무려 28.9%나 급증했다. 4분기 증가 폭이 주거용 연료비와 마찬가지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세금(10.2%)과 사회보험‧연금 지출(9.9%)도 큰 폭으로 불어나, 처분가능소득이 쪼그라들었다.

물가를 고려한 작년 4분기 실질 소득은 1.1% 줄어, 작년 3분기(-2.8%)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했다. 실질소득 감소 폭은 4분기 기준으로 2016년(-2.3%) 이후 6년 만에 최대다.
 

 

 

하위 20% 적자 폭 역대 최대


소득이 찔끔 늘어난 반면, 지출이 큰 폭으로 불면서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작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120만8578원으로 1년 전보다 2.3% 줄었다. 작년 3분기부터 2분기 연속 감소세다.

특히 소득 하위 20%는 소비지출이 처분가능소득을 웃돌아 34만9968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2019년 흑자액 집계 이후 4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난방비 등 필수 생계비가 큰 폭으로 늘면서 적자 규모가 커진 것이다. 작년 들어 고령자 중심으로 취업이 늘어나면서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6.6% 늘었다. 상위 20% 소득 증가율(2.9%)의 2.3배다. 처분가능소득도 1분위 증가율(7.1%)이 5분위(2.3%)를 크게 웃돌았다.
 

정석우 기자 sw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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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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