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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 달 넘게 기준금리 밑도는 장단기 시장금리…경기 둔화 경고등?
내용

 

입력2023.04.23. 오후 6:15   수정2023.04.23. 오후 6:19

 

한은 경고에도 시장금리, 기준금리 지속 하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단기 시장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 역전’ 현상이 예상밖으로 길어지고 있다. 기준금리를 밑도는 장단기 시장금리는 올해 하반기 경기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중장기 성장 전망을 어둡게 보는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심리를 반영한다. 이런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물가를 잡기 위한 한은 통화정책의 유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2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통계를 보면,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 91일물을 비롯해 3년 만기와 10년 만기 국고채 등 지표로 활용되는 장단기 금리가 모두 연 3.5%인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태가 한달 이상 이어지고 있다. 은행의 단기 자금조달 여건을 보여주는 양도성예금증서(CD·91일물) 금리도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지난 11일 이후부터 연 3.5%선 아래에서 맴돌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4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준금리보다 낮은 장단기 시장금리에 대해 “경기 둔화의 우려와 이에 따른 연내 금리 인하의 기대 때문에 나타난 시장의 과도한 반응이라게 다수 금통위원의 생각”이라며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서는 한은 총재의 경고를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통화당국과 시장의 엇갈린 시각은 올해들어 처음이 아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올린 지난 1월13일부터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은 곧바로 기준금리를 하향 돌파했다. 이후 3년물은 2월14일까지 21거래일 연속, 10년물은 2월16일까지 23거래일 연속 기준금리와의 역전 상태가 지속됐다. 단기 자금시장에서 통안증권도 1월18일부터 기준금리 아래서 거래되다가 20일 만인 2월17일에서야 역전 상태를 해소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시장금리가 움직이기 때문에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의 역전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또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정책금리를 끌어올린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박성진 한은 채권시장팀장은 “전세계 금리 동조화 경향이 심화한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통화정책의 전환(피봇) 기대가 확산하면 국내 시장금리 또한 상당폭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금리 역전 기간에는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국고채 금리에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반영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3월 중순부터 시작된 2차 재역전도 외부 요인의 파급 영향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금융 불안 문제가 불거지는 바람에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국고채 투자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채권 가격상승(금리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박 팀장은 “3월 중순 이후 장단기 시장금리 하락 원인을 분석하면 1차 역전 기간보다 외부 요인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불길한 현상은 1차 때보다 역전 기간이 더 길고 폭도 커졌다는 점이다.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3월13일부터 4월21일까지 30거래일 연속 기준금리와 역전 상태로, 올해들어 최장 기록이다. 통안증권의 경우 기준금리와의 역전폭이 1차 때 평균 -0.052%포인트에서 이번에는 -0.192포인트로 3.7배 더 커졌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시장금리의 하락에 대해 외부 요인에다 국내 경기 불안까지 더해진 결과로 해석한다. 한화투자증권 김성수 연구원은 “하반기 국내 경기 둔화에 대한 한은과 시장과의 시각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단기 금리마저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다”며 “금리 역전이 장기화하면 금융시장의 자금중개 기능이 위축돼 경기 둔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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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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