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4.27. 오후 4:59 수정2023.04.27. 오후 5:06
대우조선해양 2년간 적자 규모 3조4000억원
정상화 작업 권혁웅 ㈜한화 사장 주도할 것으로 보여
한화 본사 전경. [한화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한화가 우여곡절 끝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됐지만 ‘조건부 승인’이라는 족쇄가 생겼다. 경영에 제한이 생겼지만 인수 작업을 계속 미루면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한화는 조건부 승인을 수용했다. 대우조선해양 반등 작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측근인 권혁웅 ㈜한화 사장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27일 “기간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정위는 한화-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건 심사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수직 결합이 경쟁사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는 승인을 조건으로 함정 탑재 장비의 견적 가격을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또 대우조선해양 경쟁사가 방위사업청을 통해 함정 탑재장비의 기술정보를 요청했을 때 부당하게 거절하거나, 경쟁사로부터 얻은 영업비밀을 대우조선해양 주는 것도 금지한다.
한화는 3년간 시정조치를 지켜야 함과 동시에 반기마다 공정위에 시정조치 이행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3년 뒤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
그동안 업계는 방산 독과점에 대한 공정위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을 지속해서 제기했다. 최상규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대외협력실장은 13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인수가 이뤄질 시 한화 무기체계가 대우조선해양에 저렴한 가격에 공급될 수 있다는 우려는 사실이 아니다”며 “한화가 무기체계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제품 가격을 결정하고 이를 또 다른 기업에 공급하는 것은 방사청이 진행한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 전경. [대우조선해양 제공]
경영상 제약이 생겼음에도 한화가 공정위 결정을 수용한 이유는 대우조선해양의 현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2년(2021~2022년)간 대우조선해양의 적자 규모는 3조4000억원에 달한다. 계속된 적자로 부채비율은 1600%에 이른다. 올해 1분기에도 대형 조선사 중 유일하게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2020년 4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인력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에만 160명이 넘는 직원들이 경쟁 회사로 옮겼다. 이로써 10년 전 1만3000명에 이르렀던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8300명으로 5000명 가량 감소했다.
한화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 기간 산업 재건과 K-방산의 글로벌 공략을 위해 경영 실적 리스크와 당국의 시정조치를 감수하면서까지 인수 결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해 인수 작업을 서두름과 동시에 새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신임 대표이사로는 권혁웅 ㈜한화 지원부문 총괄사장이 유력하다. 권 사장은 지난해까지 진행된 그룹 내 방산 계열사 통합 작업을 주도하는 등 김승현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핵심역량과 대우조선이 보유한 글로벌 수준의 설계·생산 능력을 결합해 대우조선해양의 조기 경영정상화를 이룰 것”이라며 “이후 대우조선해양을 지속가능한 해양 에너지 생태계를 개척하는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했다.
한영대 yeongda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