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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3-06-19 11: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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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D의 함정’에 빠진 중국 경제, 적자와 부채 그리고 경기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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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D의 함정’에 빠진 중국 경제, 적자와 부채 그리고 경기침체...
내용

 

입력2023.06.19. 오전 12:01   수정2023.06.19. 오전 8:43

 

제로 코로나 해제 5개월 지났지만 소비·투자·수출 트리플 부진</br>부동산발 빚잔치 속 소비 여력 감소, 정부도 경기 부양 엄두 못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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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통계국이 6월15일 중국 경제 5월 성적표를 공개했습니다. 소비와 산업생산, 투자 증가율이 줄줄이 4월에 비해 둔화했어요. 그나마 효자 노릇을 해온 수출도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습이었어요.

미국 월스트리트의 많은 투자가가 작년 12월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 폐기 이후 중국 경제가 크게 반등한다는 쪽에 베팅했습니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났는데도 반등하는 힘이 약해요.

일부에서는 중국 경제가 전환점을 맞았다는 분석도 합니다. 과거와 같은 고성장 시대로 돌아가기는 어려워졌다는 거죠. 연 2~4% 성장에 머무르면서 일본식 ‘잃어버린 30년’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6월9일 베이징의 한 취업박람회장. 중국의 5월 청년실업률은 20.8%로 2개월 연속 20% 이상을 기록했다. /AP 연합뉴스

5월 수출마저 마이너스 전환


베이징대 출신으로 홍콩 팡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맡고 있는 샤춘(夏春)이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쓴 ‘D로 시작하는 단어로 본 중국 경제의 곤경과 출구’라는 글이 요즘 화제입니다.

D자로 시작되는 36개의 영어 단어로 중국 경제 현실을 짚었는데, 그 중 맨 앞에 내세운 것이 적자(Deficit)와 부채(Debt), 부채감소(Deleverage), 경기침체(Downturn)였어요. 정부와 기업, 가계가 모두 빚 갚는 데 매달려 있어 소비 여력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빚잔치를 치르느라 정신이 없다는 거죠.
 

6월13일 파이낸셜타임스 중국어판에 게재된 샤춘의 중국 경제 관련 칼럼. /FT
중국의 5월 소비 증가율은 12.7%로 지난 4월 18.4%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4월에 비해서는 0.4%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해요. 산업생산 증가율도 3.5%로 4월(5.6%)보다 증가 폭이 낮아졌습니다.

투자 역시 부진했어요. 5월까지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4.0%로 작년 1~4월 4.7%보다 떨어졌습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인프라 투자는 7.5%가 늘었지만, 민간 기업 투자는 5월까지 0.1%가 줄었고, 부동산 투자 증가율도 -7.2%를 기록했어요. 16~24세 청년실업률은 20.8%로 4월(20.4%)에 이어 계속 20%대 고공행진을 계속했습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3월 14.8%, 4월 8.5% 증가를 기록했던 수출이 5월 갑자기 -7.5%로 급락했다는 점이겠죠. 수출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습니다. 러시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 대해 수출이 줄었다고 해요.
 

부채 비율, 미국·EU보다 높아


통상, 이 정도로 경기가 안 좋으면 중국은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 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빚을 내 경기를 부양할 여력도 의지도 없어 보여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6월13일 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0.1%포인트 낮춰 시중에 돈을 조금 더 푸는 정도의 조치를 내놨을 뿐입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국제결제은행(BIS)의 통계를 보면 작년 4분기 현재 중국의 비금융부문 총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97.2%로 미국(255.6%), EU(250.9%)보다 높아요. 지난 5년 사이에 총부채비율이 빠른 속도로 늘었습니다. 중앙정부 부채비율은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지방정부와 부동산 기업, 가계의 부채는 심각한 수준이에요.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곳은 지방정부입니다. 효율성을 따져보지도 않고 도로, 철도 등 인프라에 과감하게 투자하다 보니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거죠. 여기에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에 따른 막대한 방역 비용도 한몫을 했습니다.
 

일부 지방정부, 청소부 월급까지 체불


월스트리트저널 취재에 따르면 중국 31개 성시(省市·성과 직할시)의 총부채는 현재 5.1조 달러에 이른다고 해요. 여기에 지방정부가 설립한 투자회사 등에 쌓인 빚과 같은 장부에 잡히지 않은 부채도 1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추정한다고 합니다. 합치면 15조 달러 수준으로 작년 중국 GDP(18.1조 달러)의 83% 수준이나 돼요.

일부 지자체는 부채의 늪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서부 간쑤성의 대도시 란저우는 2021년 재정 수입의 74%를 채무이자로 지출했다고 해요. 애플 휴대전화 생산기지로 유명한 허난성 정저우는 공원 청소부 월급을 제때 못줄 정도로 재정 사정이 안 좋다고 합니다.
 

지난 4월 애플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허난성 정저우 폭스콘 공장 주변의 한 아파트단지. 폭스콘이 인도 이전을 위해 직원들을 대거 해고하면서 아파트단지 주변 상가가 썰렁한 모습이다. /시나닷컴
문제는 부동산 거품 붕괴로 상황이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지방정부는 그동안 정부 소유 토지를 아파트나 상업용 건물 부지로 팔아 생기는 토지양도금으로 부족한 재정을 메워 왔는데,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이 토지양도금이 급격히 줄고 있다고 합니다. 토지양도금 수입이 중국 지방정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0%에 이른다고 해요.
 

가계빚 2008년 미국 수준


가계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부동산 광풍 속에 내 집을 사다 보니 빚이 많이 늘어난 거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자산운용사 클록타워그룹의 수석 전략가 마코 파픽은 WSJ 인터뷰에서 “중국 가계의 부채 규모가 가처분 소득의 110%에 가까워졌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가계와 비슷한 수준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기업 역시 부동산 기업을 중심으로 갚아야 할 빚이 쌓여 있죠. 그러다 보니 올 들어 5월까지 민간기업 투자 증가율이 -0.1%를 기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더 많은 빚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더군요. 하지만 2016년 이후 계속 부채를 줄이는 쪽으로 경제 정책을 끌어온 시진핑 정부가 다시 과거처럼 빚을 내 경기를 부양하는 쪽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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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find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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