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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3-07-20 10: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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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中 대도시 창고에 폐업식당 4만개 중고 식기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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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中 대도시 창고에 폐업식당 4만개 중고 식기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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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3.07.20. 오전 3:04

 

부동산·IT·교육 ‘3대 실직집단’의 참혹한 자영업 진출기

17일 베이징에서 만난 식당 집기 재판매 업체 사장 A씨는 “최근 한두 달 사이 중국 전역에서 식당 폐업이 폭증해 중고 집기 매입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했다. A씨 회사는 이 업계에서 3위 안에 드는 대형 업체다. 주로 대도시에서 폐업한 식당의 주방 집기를 헐값에 사들여 새로 개업하는 식당에 되판다. 그는 지난해까지 베이징·상하이 등에서만 창고를 운영했지만, 최근 난징·항저우 등 네 도시에 1000평(약 3300㎡)짜리 대형 창고를 더 열었다. 창고에 쌓인 집기는 식당 약 4만곳에서 쓸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한다. 그는 “방역 해제 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3월부터 중년층이 집중적으로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중고 식기 재고는 바닥났다”면서 “그런데 3~4개월 만에 이들 중 상당수가 폐업하면서 중고 식기가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IMF 이후 한국' 빼닮았네 - 중국 광둥성의 한 중고 식당 집기 판매업체 창고에 중고 주방 집기들이 가득 차 있다. '제로(0) 코로나'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은 화이트칼라 출신 중년층이 너도나도 식당을 열었지만,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도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대거 문을 닫은 결과다. /진취안망
지난 3월은 중국에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경기 급반등 기대감이 커진 시점이다. 하지만 이후 반짝 상승했던 내수 경기가 침체로 돌아서면서 중국 중년층의 참혹한 ‘자영업 실패기’가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 기간에 많이 실직한 30대 후반~50대 화이트칼라(사무직)들이 식당 개업에 나섰다가 몇 달을 못 버티고 문을 닫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방역 해제 이후 ‘보상 소비’가 일어나리라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경기 불안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저축을 늘리고 있다. 소비뿐 아니라 부동산·제조업·수출·투자 등 지표도 나빠졌고, 미·중 갈등 지속으로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없다는 분위기가 중국엔 퍼져 있다. 중국 지도부는 치솟는 위안화 환율(위안화 가치 급락) 우려로 대규모 경기 부양책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청년 실업률이 21.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실직 중년층으로 경기 둔화 후폭풍은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발표된 중국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6.3%로, 예상치인 7%대보다 낮았다.

올해 들어 중국에서 자영업에 진출한 중년층은 상당수가 부동산·IT(정보 기술)·교육 업계 출신이다. 중국인들은 이들을 ‘3대 실직 집단’이라고 부른다. ‘부동산 개발 업체 대출 규제’ ‘빅테크 때리기’ ‘사교육 금지 정책’ 등 중국 정부의 사정 칼날과 제로 코로나 정책이 초래한 경기 둔화가 겹친 ‘이중 풍파’로 직장에서 쫓겨난 이들이다.

A씨가 들려준 어느 ‘실패기’는 이렇다. 중국 IT 대기업 알리바바의 관리직 출신인 40대 남성은 지난 3월 베이징 쇼핑몰에 프랜차이즈 식당을 열었지만 다음 3개월 치(6~8월) 임차료를 낼 돈이 없어 5월 말에 폐업을 결정했다(중국은 보통 분기 단위로 임차료를 낸다). 개업한 3개월 동안 200㎡(약 60평) 크기 식당이 가득 찬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인테리어 및 프랜차이즈 가입비로 지불한 초기 투자금 200만위안(약 3억5000만원)은 고스란히 날렸다. 또 다른 IT 회사에 다니던 베이징의 한 30대 변호사는 지난달 퇴사 후 카페 창업을 고민하다 주변 사례를 보고 ‘수도’를 떠나 고향 항저우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베이징의 스타벅스 매장은 최근 중년층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 중국 스타벅스는 젊은 여성들이 자주 찾는 ‘핫플레이스’로 통했는데, 최근엔 실직한 중년층이 노트북 컴퓨터를 켜고 일자리를 찾거나 자영업을 구상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직 1~2개월 차엔 스타벅스, 실직 3개월이 넘어가면 (커피 값이 더 저렴한) 맥도널드로 옮겨간다’는 말도 요즘 중국에선 유행이다.

IT 플랫폼 업계의 임시직에도 중년층이 몰리고 있다. 19일 만난 중국 차량 공유 서비스 디디추싱 소속의 한 운전자는 “대기업에 다니던 지난해엔 2만위안(약 350만원)을 주고 차량 내부 시트를 가죽으로 바꿨다. 올해 초 실직한 이후 건당 20위안(약 3500원)을 벌려고 그 차에 사람들을 태우고 있다”고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 경제의 ‘더블딥’(단기 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을 거론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선 30년 전 일본의 거품 붕괴 당시를 언급하며 중국도 ‘잃어버린 시기’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아졌다. 중국의 민간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중국 정부가 경기가 살아난다는 ‘립서비스’를 멈추고 당장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베이징의 한 기업인은 “코로나 3년 동안 눌렸던 국민의 분노가 시차를 두고 폭발할 수 있다.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b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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