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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6-19 10: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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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역대급' 엔저에 여행객‧엔테크족 웃지만, 수출‧경상수지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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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3.06.18. 오후 4:51  수정2023.06.18. 오후 9:45

 

엔화 값이 바닥을 향하자 엔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여행 증가와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따른 차익 기대감이 반영됐다. 반면 정부와 수출 기업 입장에서 엔저가 반갑지만은 않다. 경상 수지와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원화에 대한 일본 엔화 가치가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일본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1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승객들이 탑승 수속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스1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3시 30분 기준 하나은행이 고시하는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3.82원을 기록했다. 2015년 6월 25일(897.91원)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낮다. 지난 4월 말에는 100엔당 1000원을 넘나들었는데, 두 달 만에 100원가량 떨어졌다.

이에 엔화를 싼값에 사려는 수요가 늘었다.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의 지난달 엔화 매도액은 301억6700만엔이다. 4월(228억3900만엔)보다 73억2800만엔 늘었다. 1년 전(62억8500만엔)과 비교하면 약 5배 증가했다. 우선 엔화를 싸게 사서 일본 여행 때 쓰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정부관광국 집계에 따르면 올 1~4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206만7700명으로 전년 대비 125배 늘었다.

엔화 투자도 인기다. 4대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이달 15일 기준 8109억7400만엔이다. 지난달 말(6978억5900만엔) 대비 16% 늘었다. 향후 엔화값이 오름세로 방향을 틀 수 있다고 보고 저점에 투자한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고공비행하고 있는 일본 증시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바이 재팬(Buy Japan)’ 현상도 나타났다. 자본총계 기준 상위 8개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하나·KB·메리츠·신한투자증권)에 예치된 엔화 예수금 및 일본 주식 평가금액은 지난 15일 기준 4조946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6월말(3조1916억원) 대비 28.3% 늘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매수 건수는 7757건으로 올해(1∼4월) 건수 평균인 5625건을 훌쩍 넘어섰다. 이달도 아직 반이나 남았지만 매수 건수는 18일 현재 5900여건에 달한다. ‘역대급’ 엔저가 여행 비용을 낮추고 쏠쏠한 돈벌이 기회도 준 셈이다.

김영옥 기자하지만 전체 한국 경제 입장에서 엔저 장기화는 악재가 될 수 있다. 당장 일본행 여행객이 늘면 여행 수지 적자 폭은 더 커지고 이는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미 올 1분기 여행 수지 적자 규모는 32억3500만 달러로 2019년 3분기(32억8000만 달러 적자) 이후 가장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경상수지 향방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내국인의 일본 등 해외 여행객 수 급증 영향으로 여행 수지 등 서비스 수지 적자가 심화할 것”이라며 “서비스 수지 적자 확대는 전체 경상 수지 악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진단했다.

수출 회복세에도 엔저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1∼10일 수출액이 전년 보다 늘어난 건 지난 2월(11.6%) 이후 4개월 만이다. 그런데 엔저는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한국 자동차·철강 등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수출 물량은 0.2%포인트, 수출금액은 0.61%포인트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과거보다 환율 영향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엔저는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엔저 기조는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이 통화 완화 정책을 고수하며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어서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 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회의 결과를 두고 “일본은행이 과도한 엔화 약세가 나타나지 않는 한 정책 수정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김정식 교수는 “일본은 수출 증가를 위해 미국 고금리에 엔저로 대응하고 있다”며 “달러 당 원화값이 과도하게 상승해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도 “원화 강세가 지나치면 좋지 않다”라고 말하며 원화값이 당분간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지난 16일 달러 당 원화가치는 1271.9원을 기록했다. 1300원대에 머물던 달러 대비 원화값은 최근 상승해(환율은 하락) 1200원 후반대에 안착한 모양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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