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6.18. 오전 6:01

원더프레임, 가상자산 전문 컨설팅 업체
가상자산 사기, 대개 고수익 미끼로 현혹
수익률 15% 이상 보장하면 의심해 봐야
올해 시장 전망 불투명…증권성 논란 심화
가상자산 피해 막기 위해 건실한 규제 필요
 

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미왕빌딩에서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만약 가상자산 관련 상품에 투자하고 나서 ‘이렇게 쉽게 돈을 벌어도 될까’라는 의문이 든다면 한 번쯤 그 상품을 의심해 볼 만하다. 대부분의 가상자산과 연관된 사기는 고수익을 미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별다른 노력 없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광고하는 업체나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대개 ‘사기극’으로 끝났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투자하려는 상품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정도는 공부할 필요가 있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

가상자산 전문 컨설팅 업체 원더프레임의 김동환 대표는 가상자산과 관련된 사기는 대부분 ‘눈먼 돈’을 겨냥하고 있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선 가상자산에 대한 공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상자산 시장은 여타 금융시장과 다르게 차트만 제대로 분석하면 큰 낭패는 피할 수 있다”며 “내가 왜 이 상품에 투자하려는지, 이 상품은 어떤 방향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고민해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국내 코인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크고 작은 굵직한 사건을 몸소 목격해 온 인물이다. 그는 1983년생으로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17년 네이버랩스에서 근무하다 이후 가상자산과 연이 닿아 코인 전문 기자로 4년간 활동했다. 그가 가상자산업계에 본격적으로 몸담게 된 것은 지난 2021년 가상자산 전문 리서치 업체 블리츠랩스 이사로 근무하면서다. 이후 지난해 그는 가상자산 컨설팅 업체 원더프레임을 설립한 후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김 대표는 올해 하반기 가상자산시장을 뒤흔들 만한 사건이 포진해 있다며 여전히 가상자산시장은 상황이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오는 7월 앞둔 주요 20개국(G20) 금융안정위원회(FSB) 회담에서 디파이(탈중앙 금융·DeFi)와 스테이블 코인(가치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화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예정인데, 심한 규제안이 나올 경우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또한 김 대표는 “미국 규제 당국이 가상자산을 향한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 이 또한 시장을 위협하는 큰 요소다”라고 했다.

이 외에도 김 대표는 국내 가상자산업계가 앞으로 가시밭길을 걷게 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근 하루인베스트와 같은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업체들이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데, 이로 인한 파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개 가상자산 시장은 신규 코인이 발행되면 거래 수수료 수익 등 이에 대한 반사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로 돼 있다”며 “다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코인 발행에 나설 업체가 많이 줄 것”이라고 봤다.

조선비즈는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미왕타워에서 김동환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ㅡ5년 넘게 가상자산시장을 지켜봤는데, 느낀 점은 무엇인가.

“시장이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면이든 나쁜 면이든 시장이 여타 전통 금융업계와 다르게 역동적이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단기간에 번 인물도 있었지만 사기로 인한 피해로 신음하는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ㅡ만나 본 인물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사람은.

“물론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다. 그에 대한 첫인상은 똑똑하고 자기 확신에 차 보였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지닌 최종 목표를 물어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사람의 그릇 크기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권 대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상관없는 금리 체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었다. 물론 실패했지만 말이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미왕빌딩에서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장련성 기자
ㅡ만나 봤을 때 이상한 점은 눈치채지 못했는가.

“권 대표와 2~3번 정도 만남을 가졌다. 그는 똑똑하다는 인상을 줬지만 그의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을 들어보면 허점도 찾아볼 수 있었다. 당시 권 대표는 ‘차이’라는 간편 결제 서비스를 홍보 중이었는데, 블록체인 기술로 상품 가격을 10% 정도 할인해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 주장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블록체인 기술은 단순 기술일 뿐 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의문을 제기하자 권 대표가 불쾌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대중들이 블록체인 기술이 생소하니 권 대표는 이를 이용해 눈속임으로 몇몇 의혹을 감추려 하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ㅡ가상자산과 관련된 여러 사기를 지적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특이점이 있다면.

“사건은 달라도 피해자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대개 고수익을 약속하는 사업에서 문제가 있었다. 만약 ‘간단한 방법으로도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라고 한다면 그 사업은 한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ㅡ기준이 모호한 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개인적으로 수익률 15%를 기준으로 두고 있다. 사업체가 약속한 수익률이 이보다 높으면 의심해 본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의 연수익률도 20%가 안 된다고 들었다. 가상자산시장은 전통 금융시장과 다르게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도 적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익률이 15%를 넘는다면 작전 세력 등에 ‘설계’ 당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ㅡ올해 가상자산시장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이 있다면.

“위험 요소가 많다. 일단 오는 7월 열리는 G20 금융안정위원회 회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날 회담에서는 디파이 시장과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화폐, 가상자산거래소를 향해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전에는 SEC가 이더리움을 증권으로 보지 않았는데, 앞으로 이더리움마저 증권이라고 볼 가능성이 크다. 결국 비트코인 빼고 모든 가상화폐에 직접적인 악재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ㅡSEC와 리플 소송에 대한 결과도 중요 변수일 것 같다.

“맞다. 만일 SEC가 승리해 리플을 증권으로 보게 된다면 리플을 본떠 만든 코인들 모두 증권으로 분류될 수 있다. 다만 SEC가 승리하더라도 리플이 사라질 것 같진 않다. 이미 미국 이외에도 해외 국가들이 리플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리플이 사라지지 않더라도 앞으로 크게 도약할지는 미지수다. 리플 구조를 보면 국제 송금 서비스가 주요 서비스인데, 일본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이 ‘중앙정부디지털화폐(CBDC)’를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여러 국가가 CBDC를 발행하게 되면 리플과 같이 디지털 결제 송금에 기대고 있는 모든 사업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ㅡ가상자산 전문가로서 가상자산 투자에 나서려는 사람에게 조언해 줄 것이 있다면.

“가격이 많이 떨어진 지금이 투자 적기일 수 있다. 그러나 섣불리 투자하기보다 공부할 것을 추천한다. 어떤 의미의 공부냐면, 가령 한 코인에 투자한다고 치자. 그러면 왜 이 코인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가상자산시장은 변동성이 매우 심하기에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기가 쉽다. 남들이 산다 해서 사고, 판다고 해서 팔면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본인이 생각할 때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코인을 고르는 공부가 필요하다.”

ㅡ가상자산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결국 건실한 규제가 필요하다. 현재 가상자산시장의 모든 사기와 논란은 그에 맞는 규제가 없어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법체계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 세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논란만 봐도 이제 가상자산은 부동산, 주식과 같이 하나의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가상자산은 아직 그에 걸맞은 규제 체계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 김동환 대표는

▲연세대 화학과 학사 졸업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석사 수료 ▲네이버랩스(2017~2018) 사내 커뮤니케이션 및 분석 ▲코인데스크코리아(2018~2021) 기자 ▲블리츠랩스(2021~2022) 이사 ▲원더프레임(2022~) 대표
 

이정수 기자 essenc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