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돈으로 이자도 못내는 기업 5만개…코로나 이후 1만곳 급증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신문 : 2022.06.05 18:14:13 수정 : 2022.06.05 18:16:58 ◆ 中企 부실대출 비상 ◆ 5대 시중은행의 중소법인 고객 중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최근 금리 인상과 원자재값 상승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창구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한주형 기자]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A사는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30% 가까이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방문 고객 수가 줄어들고, 업무 숙련도가 높은 직원들의 퇴사까지 겹치면서 제대로 된 영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약 200억원의 대출까지 보유한 A사는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당기순이익마저 적자로 돌아설 위기에 처했다. 이에 한 시중은행이 시행하는 중소기업 컨설팅 프로그램 문을 두드렸고, 경영 방식을 가맹점 중심에서 직영점 중심 운영으로 바꾸는 등 치열한 체질 개선에 매진한 결과, 지난해 가까스로 영업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었다. 기업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소법인 고객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업체는 5만5876곳이었다. 이는 전년(4만5012곳) 대비 약 24% 증가한 수치다. 5대 시중은행의 전체 중소기업 고객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말 기준 18.2%로 전년 말(15.6%) 대비 2.6%포인트 늘었다. 한계기업 1곳당 은행으로부터 보유한 대출액은 약 10억4159만원으로, 이자보상배율 1 이상인 업체 1곳당 대출액(9억2675만원)보다 약 1억2000만원 많았다.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금융지원정책을 펴고 있어 표면에 드러나진 않고 있지만, 이 지원 조치가 끝나는 올해 9월 이후 중기 부실대출이 표면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작년과 올해에는 이 같은 한계기업이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직격탄에 최근 원자재값 상승과 경제 성장률 저하, 금리 인상이라는 삼중고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06년 1분기부터 2021년 4분기까지 자료를 바탕으로 실증분석을 한 결과, 기업대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기업대출 연체율은 0.2%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한계기업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코로나19 기간 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라며 "은행 고객 중 한계기업 비중이 상당히 커 금리 인상에 따른 연체율도 급속히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중소기업의 은행권 자금 수요는 코로나19를 거치며 가파르게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916조6000억원으로 2020년 말(804조6000억원) 대비 약 13.9%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설자금과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 등으로 중소기업 대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오는 9월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중소기업의 대출 부실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채무 경감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통해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중소기업은 이 같은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유동성 확보에 도움을 주기 위해 보증기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창현 의원은 "기업의 도산은 가계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에도 영향이 큰 만큼 코로나19 기간 늘어난 기업 부채의 연착륙을 위해 신규 보증 확대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보다는 한계기업의 구조조정과 신규 기업의 진입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기업에 자금 지원이 지속되면 결국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결과를 낳는다"며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은 사회복지 차원에서 안전망을 마련하고, 금융기관이 중심이 돼 대출 기업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용어 설명> ▷ 이자보상배율 : 기업의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 이 수치가 1 미만인 기업은 영업을 통해 이자도 갚기 어려울 정도로 경영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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