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7.17. 오전 8:49 수정2023.07.17. 오전 8:51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빚 부담 정도나 증가 속도가 전 세계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 중반 이후 이어진 금리 인상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멈췄지만,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한 만큼 가계 빚 부담은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오늘(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 부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s)은 13.6%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조사 대상인 전 세계 주요 17개국 가운데 호주(1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DSR은 소득 대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DSR이 높으면 소득에 비해 빚 상환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BIS는 국민계정을 활용해 산출한 17개국의 DSR을 분기별로 발표합니다.
호주와 한국에 이어 캐나다(13.3%)와 네덜란드(13.1%), 노르웨이(12.8%), 덴마크(12.6%), 스웨덴(12.2%) 등도 지난해 기준 DSR이 10%가 넘었습니다.
이어 영국(8.5%)과 미국(7.6%), 일본(7.5%), 핀란드(7.5%), 벨기에(7.3%), 프랑스(6.5%), 포르투갈(6.2%), 독일(6.0%), 스페인(5.8%), 이탈리아(4.3%)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 소득 대비 빚 상환 부담 정도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속도 역시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빨랐습니다.
한국의 지난해 DSR은 전년인 2021년(12.8%)과 비교하면 0.8%포인트(p) 상승했습니다.
역시 1.2%p(13.5→14.7%) 오른 호주 다음입니다.
캐나다 0.7%p(12.6→13.3%), 미국 0.4%p(7.2→7.6%), 핀란드 0.3%p(7.2→7.5%), 일본 0.1%p(7.4→7.5%), 스웨덴 0.1%p(12.1→12.2%), 포르투갈 0.1%p(6.1→6.2%) 등도 1년 새 DSR이 올라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습니다.
반면 조사 대상 17개국 중 9개국은 지난해 DSR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만 해도 노르웨이(14.5%), 덴마크(14.2%), 네덜란드(13.8%), 호주(13.5%) 등의 DSR이 한국(12.8%) 보다 높았지만, 1년 새 한국의 DSR이 호주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를 추월했습니다.
DSR 추이 변화를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확대해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DSR 상승폭(2019년 말 대비)은 1.4%p로 조사 대상 중 가장 컸습니다.
BIS DSR은 분모인 소득에 금융부채 미보유 가계가 포함되고, 분자인 원리금 상환액 산정 시 대출 만기를 일괄 적용(18년)하고 있어 실제보다 과소 산정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속도, 국제적 비교 시에 유용하다는 평가입니다.
금통위 기자간담회서 발언하는 이창용 총재
실제 한국은행이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2021년 소득·지출 대상) 기준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평균 DSR을 산출한 결과 29.4%,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토대로 가계대출 차주 기준으로 평균 DSR을 산출한 결과 지난해 4분기 40.6%로 BIS 기준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DSR 수준이나 증가 속도가 호주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은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인상되면 전체 가계부채 증가세는 소폭 꺾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규모는 2021년 1천261조 4천859억 원에서 지난해 1천248조 11억 원으로 1.1% 줄어 관련 통계가 제공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예금은행 가계대출금리(잔액 기준)는 2021년 연 3.01%에서 지난해 연 4.66%로 껑충 뛰었습니다.
이미 빚을 진 사람들 입장에서는 갚아야 할 이자가 늘어나게 돼 부담이 커지게 된 셈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주춤하던 가계대출이 최근 증가세로 전환, DSR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입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천62조 3천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4월 이후 석 달 연속 증가했고, 특히 6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1년 9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컸습니다.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3조 5천억 원 증가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예금은행 가계대출금리(잔액 기준)는 지난해 1분기 3.25%에서 2분기 3.52%, 3분기 3.98%, 4분기 4.66%에 이어 올해 1분기 5.01%까지 상승했습니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3분기 4.81%에서 4분기 5.52%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분기 5.22%로 내려왔지만,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 등이 다시 오르고 있어 2분기 이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가계대출 규모 자체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데다, 금리 또한 계속 고공비행할 경우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은 더 커지게 돼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가계대출이 다시 급격히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이는 거시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예상 밖으로 급격히 늘어날 경우 금리나 거시건전성 규제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