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제재를 뚫고 5G 스마트폰을 ‘깜짝’ 출시해 뜨거운 관심을 모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25일 대대적인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었다. 화웨이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멍완저우(孟晩舟) 순회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캐나다 가택연금에서 풀려나 돌아온지 정확히 2년이 되는 날을 디데이로 잡았다. 다만 이날 행사에서는 예상과 달리 5G 스마트폰 ‘메이트60’ 시리즈의 새 모델과 구체적인 스펙이 공개되지 않았다.
화웨이는 이날 본사가 있는 광둥성 선전의 한 체육관에서 가을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새로운 버전의 태블릿PC와 스마트워치 등을 공개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까지 동원해 오프닝을 알렸고, 홍콩 유명 배우 류더화(劉德華)를 무대에 깜짝 등장시키는 등 행사에 상당히 공을 들인 모습이었다.
화웨이는 행사에서 태플릿PC 신제품인 ‘메이트패드 프로 13.2’를 공개하며 경쟁사인 애플 제품과 성능, 디자인 등을 비교하는 등 글로벌 경쟁에서의 성능 우위와 자신감을 피력했다. 또 미국의 제재로 구글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자체 개발한 하모니 OS 업그레이드 버전의 사용자 증가 현황을 설명하며 미 제재에 당당히 맞서려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5G 스마트폰의 새로운 모델 공개나 최근 출시돼 큰 주목을 받은 메이트60 프로의 스팩 공개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화웨이가 지난달 말 선보인 메이트60 프로는 미국의 기술 제재 속에서 중국이 자체 기술로 만든 2세대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칩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끌었지만 화웨이 측은 해당 제품의 구체적인 정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새로운 모델인 메이트60 RS가 공개되면서 메이트60 시리즈의 구체적인 스팩이 베일을 벗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으나 화웨이는 끝내 새 스마트폰 모델이나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화웨이가 새로운 스마트폰이나 메이트60 프로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행사 몇 시간 전 익명의 화웨이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신제품 발표회에서 메이트60 프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날 행사는 멍완저우 화웨이 순회회장이 캐나다에 가택연금 돼 있다 돌아온 지 딱 2주년이 되는 날에 맞춰 개최되면서 더 관심을 끌었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멍 순회회장은 2018년 12월 이란제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미국의 요청을 받은 캐나다 경찰에 체포된 후 가택연금 상태에서 신병 인도 재판을 받았다.
장기간 가택 연금 돼 있던 그는 미 법무부의 기소 연기 결정으로 풀려나 2021년 9월25일 중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전세기를 타고 돌아온 멍 순회회장은 붉은 원피스를 입고 “조국이 자랑스럽다”는 귀국 일성을 전하며 중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