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행보도 갈려…삼전 팔고 하이닉스 사고
HBM에 차별화…"우세 포지션 단기 훼손 불가"[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지난달 말부터 국내 증시에서 짐을 쌌던 외국인이 최근 돌아와 떨어진 반도체주부터 담으면서 주가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바닥을 통과하던 반도체 업황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의 상승 폭이 갈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3)사업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앞서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주가 역시 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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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1.59% 오른 7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간 ‘셀코리아’를 하던 외국인이 돌아와 삼성전자부터 담으면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하루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446억원 규모를 쓸어담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달 18일 종가기준 7만200원 이후 약 한 달 만에 다시 ‘7만전자’가 됐다. SK하이닉스는 이날 등락 없이 보합권에 머물렀다.
중동 전쟁과 고금리 등 글로벌 매크로 환경의 위기감이 가라앉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오면서 반도체 업황 전반에 걸쳐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다만, 주가 상승 폭에는 차이가 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10월4~18일) 삼성전자는 3.07% 오른 반면, SK하이닉스는 13.34% 오름세를 보이면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의 개선으로 삼성전자가 달리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날고 있는 셈이다.
이는 외국인의 투자 행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같은 반도체 종목이라도 삼성전자에는 자금을 빼지만, SK하이닉스에는 매수하고 있다. 이달 들어(10월4~18일)까지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1위 종목 SK하이닉스였다. 외국인은 이 기간에 3954억원을 사들였다. 반면, 코스피에서 외국인 순매도 1위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186억원 규모를 팔았다.
반도체 업황 온기 돌지만…HBM 사업에 주가 차별화
SK하이닉스가 좀 더 부각되는 배경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HBM사업 부문만큼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HBM은 인공지능(AI),그래픽 처리 장치(GPU), 슈퍼컴퓨터 등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반도체다. 특히 HBM은 병렬 처리 방식의 GPU에 주로 사용되는데 엔비디아가 글로벌 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4세대 HBM3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와 5세대 HBM3E도 독점 공급계약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비해 HBM사업이 현재까지는 더딘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4분기에 들어서야 엔비디아에 HBM3를 본격적으로 공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5세대 HBM3E 브랜드 이름을 ‘샤인볼트’로 정하면서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의 공급업체 점유율은 △SK하이닉스(50%) △삼성전자(40%) △마이크론(10%)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산업 전체가 3분기 실적 바닥을 확인한 이후 4분기부터 감산 효과 가시화에 따른 재고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실적 개선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차별화된 흐름을 봐야한다고 강조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를 업종 내 최선호주로 꼽으면서 “올해 2분기부터 시작된 디램(DRAM) 업종 내 아웃퍼폼의 근간인 HBM3,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우세 포지션은 단기적으로 훼손되기 어렵다”며 “DDR5 선제적 전환에 따른 가장 높은 전환율을 보이고 있고, HBM3선도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