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 앞서 4차례 지분 매각 움직임
이커머스 포화·성장성 한계 분석도
김태중 쿠팡Inc 디지털 고객 경험 부문 부사장 [쿠팡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쿠팡의 디지털 고객 경험 부문 부사장으로 임명된 김태중 부사장이 임명 5개월 만에 쿠팡을 떠난다.
20일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지난 6일 사의를 표명했다. 김 부사장은 내년 1월 19일을 끝으로 9년간 쿠팡에 몸담았던 쿠팡을 떠나게 됐다.
김 부사장은 지난 6월 김범석 쿠팡Inc 의장, 거라드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 강한승 대표, 헤롤드 로저스 최고행정책임자(CAO)와 함께 경영진 5명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그가 거쳤던 디지털 고객 경험 부문은 고객이 쿠팡에서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며 디지털 이용 환경을 개선하는 곳이다. 쿠팡과 쿠팡이츠의 앱 서비스 개선, 와우 멤버십과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과 연계가 주요 업무다.
김 부사장은 2014년 쿠팡에 합류해 2018년 4월까지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디렉터로 활동했다. 2022년 4월까지는 같은 팀 시니어 디렉터로 일했다. 이어 올해 4월까지는 쿠팡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을 위한 UX(사용자 경험) 개선을 담당하는 팀을 이끌었다.
업계는 그의 사임 이유가 실적 때문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실제 쿠팡은 올해 3분기 매출액 8조10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보다 18%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46억원으로 11%만큼 늘었다. 특히 쿠팡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5분기째 영업이익 흑자를 내고 있다. 2010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기준 흑자를 달성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김 부사장의 사임 배경에 물음표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회사의 성장 동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그는 사임에 앞서 연이어 지분을 매각했다. 김 부사장은 6월부터 10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클래스A 보통주 1만1223주를 매각했다. 김 부사장뿐 아니라 강한승 대표와 쿠팡의 주요 대주주도 지분 매각 행보를 보였다.
앞서 5월 강한승 대표도 보유 주식을 일부 매각해 30억원대 현금을 확보했고, 쿠팡 상장 초기 쿠팡의 2대 주주였던 그린옥스캐피탈의 설립자이자 쿠팡 선임 사외이사인 닐 메타 역시 2021년 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이후 올해까지도 주식을 매도했다. 닐 메타는 지난 5월 쿠팡 300만주를 처분했다.
쿠팡의 주가는 지난 이달 초 15달러 초까지 떨어졌다가 16달러를 회복했으나 상장 당시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3월 쿠팡의 상장 당시 공모가는 35달러, 상장 당일에는 69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지금까지 20달러선을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개선되면 기업 가치도 증가해야 할텐데 쿠팡의 주가는 현재 16~17달러 선에서 머물고 있다”라며 “현재 한국 시장은 포화상태로, 성장 동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기존 대주주들과 최고경영진 역시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