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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1-24 10: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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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잭팟’인 줄 알았는데…295억 날린대도 ‘손절’이 최선이었다
내용

입력2024.01.24. 오전 6:01

 

공공택지 분양받고도 사업 포기하는 건설사



레고랜드 사태·시장 침체 겹쳐
2023년에만 3곳에서 계약 해지
토지매각대금 연체액 7조 육박

정부, 손실 PF사업장 매입 추진
부채 허덕이는 LH 부담 더 커져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 및 상업용 택지를 분양받고 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연체된 금액이 7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장 3곳은 350억원대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입 계약을 해지했다. 사업성이 좋아 ‘잭팟’으로 불린 공공택지 사업마저 시장 침체, 공사비 및 금리 상승 영향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23일 경향신문이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LH 연체대금 자료를 보면 2023년 한 해 동안 공공택지를 분양받은 뒤 계약을 해지한 사업장은 남원주 역세권 AC4·5, 석문국가산단 B-1, 도청이전신도시 RC-3 등 총 3곳이다. 날린 계약금만 총 352억629만원에 달한다.

LH 택지는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져 건설사들이 페이퍼컴퍼니까지 동원해 벌떼입찰을 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민간택지와 비교했을 때 토지 가격 자체가 저렴하고, 인허가 리스크가 낮아 사업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황이 급반전된 것은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2022년부터다. A시행사는 2022년 6월 남원주 역세권 주상복합용도 두 개 필지에 총 2958억원이라는 ‘초고가’를 써내 한꺼번에 낙찰받았다. LH가 제시한 공급가액(1184억원) 2.5배 수준의 고가 낙찰이었다. 택지만 확보해두면 원주역 바로 옆에 지어질 2078가구 대단지 주상복합 사업에서 거둘 이익이 클 것이란 계산이 나왔다. 불과 3개월 뒤 시장 여건이 급격히 위축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해 10월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 조달 여건이 악화됐고, 금리가 치솟으면서 주택시장 전반이 가라앉았다. 공사비는 하루가 멀다 하고 뛰었다. 2022년 공사비지수는 전년 대비 10.8% 상승했다. 공공택지는 주택용지가 분양가상한제로 묶여 있는 만큼 공사비가 오르면 그만큼 시행사 이익은 줄어든다. 남는 게 없는 장사에다 미분양 우려도 커졌다. 강원 원주시는 미분양 주택이 2022년 9월 0호에서 이듬해 1월 1987호로 대폭 늘었다.

A사는 결국 계약금 295억8000만원을 포기하고 사업 철수를 택했다. 토지비용과 금융이자 연체액만 800억원에 달한 시점이었다. 지역 건설사 관계자는 “손실이 뻔히 보이는데 착공에 들어가면 결국 이익은커녕 땅값 전체를 갚아야 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고 말했다.

A사가 날린 남원주 두 필지는 계약해지 1개월여 만에 가격 거품이 크게 빠졌다. 지난해 8월 진행된 재입찰에서 시행사 두 곳에 팔린 두 필지의 총낙찰가액은 1403억원이다. A업체가 입찰했을 때보다 가격이 52.6% 낮아져 반토막 났다.

지난해 하반기 계약이 해지된 석문국가산단 B-1과 도청이전신도시 RC-3도 조만간 재매각 단계를 거칠 예정이다. 이 중 도청이전신도시 필지 가액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LH 토지 계약해지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계약해지는 6개월 이상 대금이 연체되면 기한이익 상실 통보가 되고, 유예기간을 거쳐 계약 해제 수순을 밟는다. 지난해 토지매각대금 연체액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온 상태다. LH가 판 주택 및 상업용지를 포함한 전체 토지매각대금 연체액은 지난해 12월 기준 6조9281억원, 연체 필지는 4195개에 달했다. 2년 전 연체금액 2조689억원, 필지 수 3046개에서 각각 3.3배, 1.4배 수준으로 대폭 늘어난 것이다.

LH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와 협조해 전매제한 완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매수자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나 최근 고금리, 부동산 경기 악화,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제한 등의 사유로 연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LH가 입찰에 부치는 신규 공공택지도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지난해 신규로 분양에 들어간 공동주택 63개 필지 중 13개가 팔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가까운 3기 신도시 경기 고양창릉 공공주택지구 C-1블록 공공택지와 ‘알짜부지’로 여겨진 여의도성모병원 인근 필지 모두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공공택지 사업 차질은 LH 재무구조에도 부담이 된다. LH는 그간 신규 택지를 매각해 자체 부채 비율을 조정하고 임대주택 사업에서 생기는 손실을 보전했는데, 한동안 이런 방식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LH의 공적 역할이 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토부는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PF사업장을 LH가 매입해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 기준 부채 비율이 219.8%에 달한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LH의 부채 비율이 높다면서 왜 민간 PF사업장에서 생긴 손실까지 LH가 들어가 공공의 손실로 처리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택지가 안 팔리는 것은 집이 안 팔리는 단순한 이유 때문인데 이런 때일수록 LH가 공공택지에서 자체 사업을 진행하며 공적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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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