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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2-07 12: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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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HMM 협상 왜 백지화됐나... ‘실질적 경영권 요구’가 막판 걸림돌
내용

입력2024.02.07. 오전 11:33  수정2024.02.07. 오전 11:48  

 

인수 부담 커져, 재매각 시점도 불투명 <BR> 하림은 20% 급락, 팬오션은 20% 급등
 

/HMM 제공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매각을 위한 주주 간 계약 협상이 6일 최종 결렬됐다. 매각 측인 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해진공)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JKL 컨소시엄은 기한을 연장해가며 협상을 이어갔지만, 정부의 ‘경영권 개입’ 등을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협상이 백지화됐다.

◇막판 걸림돌은 ‘실질적 경영권’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그간 배당 제한과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 등을 요구해온 하림 측은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 매각 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단, 마지막 단계에 걸림돌이 된 것은 ‘경영권 개입’ 부분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국가 기간산업이자 유일한 원양 국적선사를 매각하는 건인데다, 7조원 정도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다 보니 보수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산은과 해진공은 하림에 일정 기간 경영권 관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한 경영 사항에 대해서는 사전 협의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 등이었다. 이에 하림이 ‘매각 측 요구를 다 받아줬는데 경영 간섭까지 받는 것은 과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판이 깨지게 됐다.

하림이 재무적 투자자(FI)인 JKL파트너스의 ‘5년간 주식 보유 조건’을 예외로 해달라고 요구한 것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주식 보유 기간을 3년으로 줄이자는 중재안도 있었지만 해진공이 5년을 고수했다.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는 하림 측이 일찌감치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해진공이 보유한 1조6800억원어치의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하림은 지분율 57.9%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2025년까지 잔여 영구채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되면 하림의 지분율은 38.9%로 떨어지고, 3년간 최대 2850억원의 배당금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런 조건까지 받아들였는데도 매각 측이 마지막까지 경영권 개입을 요구하자 하림이 손을 털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전북 익산시 망성면 하림 2공장 전경. /뉴스1
◇매각 측도 내내 엇박자

매각 측도 속사정은 달랐다. HMM을 가급적 빨리 정리하고 싶은 산은과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싶은 해진공의 입장 차도 협상에 걸림돌이 됐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작년 6월 기자간담회에서 “HMM 주가가 1000원 움직이면 산은 BIS 자기자본비율이 0.07%포인트 움직인다”면서 “재무구조가 안정화되려면 HMM 매각이 중요하다”고 했다.

HMM노조는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산은은 구조조정 기업의 민영화라는 명목을 앞세워 산업 논리보다는 금융 논리로 공적 자금 회수에만 몰두한 나머지 자산 규모 26조원, 유보금만 10조원인 HMM을 하림그룹에 6조4000억원에 졸속으로 넘겨버리려 한다”며 “무리해서 인수하겠다는 하림그룹의 잘못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산은의 잘못이 더 크다”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반면, 해수부와 해진공은 HMM이 국내 유일 대형 컨테이너 선사라는 특수한 지위 때문에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HMM이 보유한 현금이 인수 자금의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쓰이는 게 아니라 해운업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하려 했는데, 협상 과정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뉴스1
◇새 주인, 찾을 수 있나…재매각 일정은?

딜 관계자들은 재매각을 얘기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한다. 현재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1조6800억원어치의 영구채를 내년까지 다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현재 7억주 수준인 HMM의 발행주식 총수가 내년엔 10억주로 늘어난다. 매각 대금이 더 커져 매도가 더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10대 그룹이 아니면 인수가 어려워보인다”며 “매각은 상당 기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HMM 인수에 실패한 하림 주가는 7일 장 초반 19.8% 하락한 3000원에 거래됐다. 하림지주는 2.7%, 피인수기업인 HMM은 3.6% 하락 중이다. 반면 하림그룹 계열사이자 HMM 인수 주체로 나선 팬오션은 20% 넘게 급등했다. 하림이 HMM 인수자금 확보를 위해 팬오션 유상증자를 단행할 것이란 우려가 해소되며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황지윤 기자 noy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