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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2-07 12: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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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삼성바이오로직스, 오리온이 인수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손잡은 이유는?
내용

 입력2024.02.07. 오전 11:29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의 ADC(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conjugate) 치료제 위탁개발(CDO, Contract Development Organization)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선 ADC 개발 역량 강화와 오리온의 지원 으로 재정적으로 안정된 파트너를 확보했다는 점, 추가적인 위탁생산(CM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계약을 기대할 수 있는 점 등이 고무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CDO(위탁개발·Contract Development Organization)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2006년 설립된 레고켐바이오는 ADC기술 및 합성신약 분야에 차별적인 R&D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다. 특히 지난해 대장암 등 고형암 대상 ADC 치료제 후보물질 'LCB84'를 존슨앤드존슨 자회사인 얀센 바이오텍에 최대 17억달러(약 2조2400억원)에 기술이전한 바 있다. 지금까지 레고켐바이오가 글로벌 제약사들과 맺은 기술이전 계약은 총 13건으로, 최대 8조7000억원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계약을 통해, ADC 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항체 개발에 참여한다. 세포주 개발부터 임상물질 생산 전반에 걸쳐 CDO 서비스를 레고켐바이오에 제공하기로 했다.

 

내부 개발 한계, 레고켐바이오의 설계도 확보로 '극복'

레고켐바이오는 ADC 후보물질을 개발하면서 세포주 개발과 임상물질 생산 단계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글로벌 제약사와 라이선스 아웃된 제품들 대부분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세포주 개발과 임상물질 생산단계를 완료했다는 의미다. 이를 감안, 레고켐바이오 입장에선 좀 더 빠르고 효율적인 세포주 개발과 임상물질 생산을 위해 이른바 용역을 맡긴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계약에서 얻는 이득이 레고켐바이오보다 크다. 당장 ADC 역량 강화가 기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지휘 아래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ADC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연내 준공을 목표로 ADC 의약품 전용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며,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ADC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유망한 바이오 기업들에 투자한 바 있다. 

다만 ADC 기술력 확보는 하루아침에 완성되기 어렵다. 당장 기술 습득을 할 수 있는 창구가 몇몇 기업으로 한정돼있다. 기술 하나만으로 수조원의 기술 이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기술이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ADC 기술을 들여오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ADC 링커 및 접합 기술 개발사인 스위스 '아라리스 바이오텍(Araris Biotech)'에 투자한 데 이어, 9월에는 국내 바이오기업인 '에임드바이오(AimedBio)'에 투자했다. 이어 이번에 레고켐바이오와 CDO 계약을 맺으면서 ADC 기술을 접할 수 있는 외연을 넓혔다.

특히 이번 CDO 계약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선 사실상 'ADC 설계도'를 손에 넣은 셈이 됐다. CDO 수탁업체는 고객사와 협의해 세포주 확립과 임상물질 생산을 진행한다. 레고켐바이오가 세포주 확립에 필요한 검사법과 자료 요건들을 지정해 주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대로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다른 ADC 업체들에게 CDO 서비스를 제공할 때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연내 준공을 목표로 ADC 의약품 전용 생산시설 건설에도 참고가 된다.

 

'오리온發' 재정 갖춘 파트너…글로벌 제약사 잠재 고객 확보 기대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파트너를 확보했다는 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긍정적인 요소다. 레고켐바이오는 최근 오리온 그룹에 인수됐다. 연구개발비 지출이 많은 바이오업계의 특성상 재정적으로 불안한 기업이 많은데, 레고켐바이오는 오리온의 든든한 재정적 지원을 등에 업고 안정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용역대금 미납 등 금전적인 문제로 인한 계약 도중 파기 위험이 낮다는 점은 레고켐바이오가 갖춘 강점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ADC CDO뿐만 아니라 글로벌 ADC CMO 수주를 노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ADC 기술은 기존 항체의약품 개발 기업과의 시너지가 큰 편이다. 기존에 출시된 항체의약품에 약물을 접합시키는 방식이 많아 ADC 개발 기업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이 활발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레고켐바이오가 기술 수출한 글로벌 제약사와 ADC 의약품 CMO를 노릴 수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암젠, 얀센, 다케다 등 글로벌제약사에 ADC 물질 혹은 플래폼을 기술 수출한 바 있다. 이 제약사들이 ADC 의약품을 허가 받거나 임상의약품 대량 생산을 고려할 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들에게 우선적으로 선택될 수 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ADC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투자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라며 "레고켐바이오와 같은 국내 유망한 바이오테크와의 협업을 강화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기존 해외 기업을 통해서만 ADC용 항체를 공급받아 왔지만, 이번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치영 기자(ac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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