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매체 인터뷰…"대책 늦어…거래 활성화 아닌 공급 동결 필요"
중국 베이징의 업무지구 건설 현장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10여년 전 '부동산 위기' 가능성을 처음 경고한 중국의 저명 경제학자가 현재 부동산 재고 소화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금리 인하 등 '거래 활성화'가 아니라 '공급 동결' 같은 더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놨다.
마오전화 홍콩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5일 공개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이 지난 5월부터 잇따라 내놓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와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 등 조치에 대해 "이런 정책들은 비교적 늦게, 그리고 문제가 표면화한 후에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오 교수는 이어 "최근 조치들은 거래량을 늘렸지만 가격 하락을 완전히 반전시키지는 않았다"며 "따라서 이 정책은 기대한 만큼 효과를 얻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내 제안은 신규 건설 현장과 프로젝트를 동결해 공급을 규제하자는 것이고, 이는 시장에 공급이 제한된다는 명확한 신호를 줄 것"이라며 "그러지 않으면 여전히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은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마오 교수는 중국인민대학 경제연구소장을 지낸 경제학자이자 중국 신용평가기관인 중청신국제신용평가의 설립자다. 2010년대에 이미 중국 부동산업계 유동성 위기를 경고해 주목받았고, 2021년 부동산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 재정난으로 중국 부동산업계 전반이 연쇄 위기에 빠지면서 그의 분석은 현실이 됐다.
마오 교수는 중국 부동산시장의 고질적인 '공급 과잉' 문제에 대해 "갈 길이 멀다. 적체된 공급을 소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올해 5월 말 기준 매물로 나온 상업용 주택의 총면적이 7억4천300만㎡로 작년 동기 대비 15.8%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몇 해 동안 부동산 투자가 줄면서 2019∼2020년 '정점'에 비하면 공급이 줄기는 했으나 2015∼2016년 수준과 비교하면 아직도 너무 많이 공급된 상태라는 것이다.
마오 교수는 "(활황 시기) 부동산업체들이 취득해놓은 토지의 양이 '천문학적' 수준인데 이 땅을 당초 계획대로 개발한다면 중국 시장에 충분한 수요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부동산 건설이 경제의 주된 기여자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대형 부동산업체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부동산 위기는 부동산에 자산 상당 부분이 묶인 가계 문제로 직결된다. 특히 내수의 주축인 중산층으로서는 빚을 내 집을 샀으나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에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으니 국내 소비 전반이 위축된다.
마오 교수는 "중국 가계 부채 문제는 매우 심각한데, 세계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국내총생산(GDP)에서 가계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18.9%였으나 작년 말에는 69%까지 올랐다"며 "가계는 늘어난 부채 대부분을 부동산 구매에 사용했고 부동산 가격이 30∼40% 하락하면서 부채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 부족은 장기적인 문제"라며 "중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한 과거에는 성장의 주요 원동력이 세계화와 국제 시장에서 왔으니 국내 시장에 주로 의존하지 않았으나 이제 전반적인 성장이 둔화하자 주민 소비력은 더 제약된 상황"이라고 했다.
마오 교수는 2000∼2022년 중국 가계의 평균 소비율이 GDP의 38%로 세계 평균(57.6%)이나 미국 평균(67.5%)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고, 코로나19 대유행과 일자리 감소 속에 소득 기대치도 압박받은 상태라며 국유기업이 보유한 4조6천억위안(약 873조원) 규모의 이윤을 지방정부가 인프라 투자에 쓸 것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직접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