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과 한국의 점유율 차이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주 무대인 미국과 유럽 시장의 성장 정체가 주된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부재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배터리 3사는 LFP 배터리 없이 혹한기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 됐다.
7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하이브리드차 포함)에 탑재된 배터리는 총 510.1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21.7% 성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각각 2.5%, 8.0%, 9.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배터리 3사의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은 107.5GWh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중국 CATL은 같은 기간 27.2%, BYD는 25.6% 성장했다. CALB도 24.5%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미지 출처=SNE리서치
이에 따라 점유율 차이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CATL의 점유율은 37.1%로 전년 동기(35.5%)에 비해 1.6%포인트 올라 1위 자리를 더욱 확고히 했다. BYD는 점유율 15.9%에서 16.4%로 2위를 지켰다. CALB는 4.7%에서 4.8%로 점유율이 오르며 SK온과 함께 공동 4위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위를 지켰으나 점유율은 14.4%에서 12.1%로 2.3%포인트 내려갔다. 삼성SDI의 점유율은 4.7%에서 4.2%로 줄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합계 점유율은 3.4%포인트 하락한 21.1%를 기록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성장세는 내수 시장이 단단히 버텨주고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 또한 중국 배터리의 채택을 확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SNE리서치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내수 시장에서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고 테슬라 모델 3/모델Y, BMW iX, 메르세데스 EQ 시리즈, 폭스바겐 ID 시리즈 등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도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모델 수가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약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전기차 안전에 대한 우려에 따라 중국 이외의 시장에서도 열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인 LFP 모델 수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SNE리서치는 중국 업체들이 LFP 배터리의 초기 시장을 선점한 만큼 이 분야에서 독점 수준의 점유율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잇따라 LFP 배터리 대응에 나섰으나 시간은 걸릴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르노와 파우치형 셀투팩(CTP)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삼성SDI와 SK온도 LFP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6년을 기점으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SNE리서치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배터리의 수요가 증가하고, 최근 전기차 화재에 따른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만큼 향후 LFP 배터리 시장의 판도 변화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