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4.02. 오전 6:02 수정2024.04.02. 오전 10:36
태영건설 회사채는 공격적인 개인투자자들이 지난해 말 이후 적극적으로 사들인 채권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워크아웃 신청 전후로 “그래도 태영건설을 날리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매일 100만~300만주씩 사들였다. 2024.1.21/뉴스1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태영건설 68은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3일까지 7거래일간 정리매매를 진행한다. 이후 4일 상장폐지된다. 전날 태영건설68은 161.1원(2.60%) 떨어져 6040원에 마감했다. 연 수익률로 따지면 209.8%다. 정상 상환되면 209.8%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회사를 믿지 못한다는 뜻이다. 태영건설68이 상장폐지되면 더는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다. 시장에서 팔 수 없을 뿐 발행사로부터 돈을 받을 권리는 살아있다. 개인 채권자는 직접 매매 상대방을 찾는 장외 거래가 어렵기에 태영건설로부터 돈을 받는 게 유일한 회수 방안이 된다. 당초 투자자들은 4월 10일 총선 전에 워크아웃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회사채를 매수했다. 현재 기업구조개선계획 결의가 내달 11일로 연장된 상태다. 이달 안에 기업구조개선계획을 수립해야 ㅎ며, 서울 반포동 외에는 사업장 처리방안을 모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PF 사업장이 많고 이해관계자도 많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구조개선계획이 수립된다고 해도 현재 가격 기준(6000원대)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이득을 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개인 채권자도 고통 분담 대상이기 때문이다. 보통 워크아웃은 협약 채권자인 금융채권단 중심으로 진행된다. 태영건설68도 금융기관이 80% 이상 보유하고 있다. 사채권자 집회에서도 금융채권단 중심으로 채무조정안이 통과된다. 비협약 채권자인 개인은 사실상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할 수 없고 다수결에 따라야 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융채권단이 비협약 채권을 먼저 상환해 주는 사례도 있었는데, 이번엔 규모가 커 금융채권단 입장에서 배임에 해당할 수 있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과거 워크아웃을 밟은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DB메탈 등도 금융채권단이 채무조정을 주도하면서 개인 채권자들도 손해를 본 사례다. 이때 개인 채권자들은 수년이 지난 후에야 원금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한 채권 운용역은 태영건설68에 대해 “원금 회수가 어려운 채권을 혹시라도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있을까 우려스럽다”며 “워크아웃도 난항이 예상되는 데다가 길게는 수년간 걸릴 수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워크아웃 자체도 진통을 겪고 있는데, 업계 전반으로 부실이 옮겨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PF부실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위기설에 선을 긋고 있지만 건설업계나 금융권은 부실의 후폭풍이 작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구조개선계획 상으로는 살릴만한 사업장이라고 판단했는데, 업계 위기가 지속되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례도 다수 나올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 외부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PF 사업장의 손실 예상액 추산에서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계속기업 가정에 대한 불확실성, 주요 감사 절차의 제약 등을 들어 감사 의견 거절을 통보했다. 한편 태영건설68은 태영건설이 2021년 7월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다. 당시 신용등급은 A-로, 연 2.59%의 낮은 금리로 발행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투기 등급인 CCC로 강등됐다. 워크아웃 신청 전후로 액면가 9500원 정도였던 채권이 6000원대로 떨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판이 열렸다. 이인아 기자 inah@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