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조치에 얼어붙은 중국 경제… ‘숨은 부채’ 폭탄 터질까 조마조마
입력2022.11.22. 오전 8:58 수정2022.11.22. 오전 9:37
■ Global Economy - 시진핑 3기… 머나먼 경기회복
10월 생산자물가 1년새 1.3%↓
소비자물가도 5개월만에 최저
수출증가율 29개월만 마이너스
전문가들 “초대규모 정책 필요”
작년 부동산시장 파산 막아준
지방정부융자기구 재정 악화
총부채 11조6000억 위안 추정
“대량 부도땐 루비콘강 건넌 것”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이후 중국 당국이 수많은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당국은 지난 11일 강력한 내부 방역 조치의 완화를 시사하는 내용을 발표한 데 이어, 금융 기관을 대상으로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은행대출 규제 완화 등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발표에도 위축된 중국 경기는 아직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대형 악재가 터질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방역조치의 획기적 완화와 지금의 수준을 넘어서는 초대규모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이 같은 경기부양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세계 공장’의 유례없는 개점휴업 = 당 대회 직후 발표된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시장의 예상치를 다소 상회했지만 이후 지표는 하나같이 암울하다. 중국의 10월 수출은 2983억7000만 달러(약 404조23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했다.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5월(-3.3%) 이후 29개월 만이다. 중국의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9.2로 한 달 만에 경기 위축(50 이하) 국면으로 돌아섰다. 중국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1.3% 하락해 약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소비자물가지수(CPI)도 2.1% 상승에 그치며 5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어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나타나고 있다.
‘내수시장 활성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하는 시도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소매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한 4조271억 위안(약 755조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별 소매판매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집계된 건 상하이(上海) 봉쇄의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 5월(-6.7%) 이후 5개월 만이다. 시장 예상치인 1.8%에 크게 못 미쳤고 전달 2.5%에서도 크게 밀렸다. 11월 들어서도 소비심리는 여전히 부진한 편이다. 특히 중국의 최대 온라인 쇼핑몰 업체 알리바바와 징둥(京東) 등은 중국 최대 연중 할인 행사 광군제(光棍節·솽스이) 기간 매출액 공개를 이번에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알리바바가 판매금액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행사를 시작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를 인용해 “아마도 공개하기에는 결과가 너무 암울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려됐던 ‘숨은 부채’ 뇌관에 불붙일까 = 이같이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세가 뚜렷한 가운데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기업들의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있었지만, 많은 지방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담당하는 특수목적법인 지방정부융자기구(LGFV)를 내세워 위기를 맞은 부동산 기업들에 추가 대출을 해주며 ‘백기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급랭이 장기화하며 LGFV마저 심각한 자금난에 직면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기업어음 미상환 상태에 빠진 LGFV가 지난 8월 기준 43곳에 이르고, LGFV가 계속 채권을 추가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LGFV의 부채가 11조6000억 위안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LGFV는 공식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이 아닌 만큼 이들의 재정 상황은 공식적 통계로 잡히지 않아 중국 내에서도 ‘보이지 않는 뇌관’으로 통했다. FT는 “LGFV에서 대량부도사태가 나온다면 중국 경제가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신호로 인식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부실은 일반 시중은행 등 일반 금융기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은 11일 ‘부동산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금융지원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며 부동산기업에 대한 대출연장, 부실프로젝트 및 건물완공인도를 위한 추가대출, 채권 매입, 분양대금 보증서 발급을 장려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경우 금융기관의 잠재적 부실이 커질 가능성이 오히려 증대될 수 있는 것으로 금융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미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중국공상은행 등 중국 4대 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약 0.4배로 평가됐는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 JP모건체이스나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투자은행의 PBR와 비슷한 수준이다. PBR 1배 이하는 주가가 청산가치보다 더 낮게 평가됐다는 의미로, 0.4배면 실제 장부가치 대비 주가가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문가들, 코로나19 봉쇄 완화 및 대규모 부양책 촉구 = 전문가들은 중국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위해 보다 큰 목표를 세우고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류스진(劉世錦)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경제학위원회 부주임은 지난 18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信)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중국의 내년 GDP 목표 성장률이 최소 5%는 돼야 한다”며 “현재 중국의 경제성장은 정상 궤도 혹은 합리적 범위로 되돌아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세계 경기 위축 속에서 중국이 그만큼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웨이민(楊偉民) 정협 부주임도 중국의 현재 성장률이 너무 낮다고 지적하면서 내년 성장률이 다시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강력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방역 정책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퇴임을 앞둔 시 주석의 ‘경제 책사’ 류허(劉鶴) 부총리는 최근 런민르바오(人民日報) 기고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제약하는 요인은 공급과 수요의 양쪽에 모두 있지만 모순의 주요 측면은 공급자 측에 있다”며 “공급의 막힘 및 병목 현상, 취약점 등이 존재하고 공급 구조가 수요 구조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접적 언급은 피했지만 사실상 방역 정책의 결과로 파생되는 경제의 악영향을 언급한 셈이다. 왕쥔(王軍) 중국수석경제학자포럼 이사는 “코로나19 규제가 소비와 투자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코로나19 규제가 더 표적화되고 느슨해지면 소비 압박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시장 꽉 잡은 ‘명품 사과폰’… 애플, 경기 침체에도 판매량 고공행진
美 기업 이미지 악화에도 선전
“중국인의 과시욕·기능성 충족”
정부가 나서 생산공장 복구 지원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과 소비 부진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애플과 아이폰에 대한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명품을 사용한다는 만족감과 과시욕이 맞물리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높은 판매액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 당국은 최근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아이폰 생산공장이 직원들의 대거 이탈로 생산 차질을 빚게 되자 지방단체에 ‘할당량’까지 부여하며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11일 끝난 중국 최대 온라인 할인행사인 광군제(光棍節) 기간 스마트폰 브랜드 판매점유율(39%)과 매출점유율(68%)에서 애플은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15% 역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올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전쟁과 패권경쟁 등으로 중국 내에서 미국 기업들의 이미지가 날로 추락하는 가운데 애플의 선전은 이례적이다.
중국 시장에서의 애플의 선전에 대해 전문가들은 애플이 소비자들의 과시욕과 기능성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인들에게 ‘명품’ 이미지를 완전히 각인시켜 경기를 타지 않게 됐다는 의미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강민수 연구원은 “중국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지배적 지위는 화웨이 부재, 타 브랜드의 고가 영역 진출 제한 등으로 인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경제적 충격에 비교적 민감하지 않은 해당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전체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도 나서 최근 아이폰 생산공장의 가동을 위한 지원을 벌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허난성 당국은 최근 코로나19 방역조치 미흡으로 직원들이 대거 이탈하며 일부 가동이 중단된 정저우 아이폰 공장의 생산 라인을 회복하기 위해 지역별로 할당량을 지정해 한 마을당 한 명씩 신입 근로자들을 공장에 보내라고 지시했다. 한 지방 당국자는 “이처럼 구체적이고 강압적인 지시가 내려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허난성 지역 수출의 60% 이상을 책임지는 아이폰 공장의 가동이 지방 정부 입장에서 필요하기도 하지만, 아이폰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정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준우 기자(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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