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부동산 부실 ‘후폭풍’
미래에셋·한투·하나 등 대형사도 하향 조정
충당금에 구조조정 본격화…추가 조정 불가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데일리안 = 서진주 기자] 1분기 실적 시즌 속 국내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기록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시장 기대감을 키운 것과 달리 증권사들의 신용도는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과정에서 하반기에도 신용 등급이 추가 강등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짙어지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와 신용평가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국내 일부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하향 조정하고 있다.
우선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가 SK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각각 ‘A(부정적)’, ‘A-(부정적)’으로 책정한 것을 시작으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곳이 등장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하나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각각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낮췄다.
특히 하나증권의 경우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자 금융지주 모회사의 지원 여력이 충분한 증권사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이번 하향 조정이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기준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월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 등을 반영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대형사들의 신용등급마저 연이어 하향 조정되자 연쇄 강등 현상이 하반기에도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구조조정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는 약 26조3000억원이며 이 중 손실액은 4조6000억~7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현재 적립한 충당금과 준비금은 고작 2조원 규모다. 이는 향후 증권사들이 PF 관련 손실에 대비해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가 상당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음 달부터 본격화하는 부동산 PF 사업장 구조조정 여파도 걸림돌이다. 앞서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겪는 사업장에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사업성 평가를 강화해 부실 사업장에 대해서는 재구조화 및 정리를 통해 부동산 PF의 연착륙을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부실 사업장의 경·공매 활성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충분한 금융권이 1조원 규모로 공동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해 PF 구조조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증권을 비롯한 금융권이 선뜻 지원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부동산 PF 정상화를 위해 신규자금을 투입하게 될 경우 실적에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실적 악화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신용등급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되면 신용등급 자체가 강등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증권사의 자금조달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도가 떨어지면 시장 내 평가가 악화돼 선호도가 자연스레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PF 익스포저의 질적 수준이 열위하고 이에 대한 충당금 적립 수준이 낮은 업체의 경우 2분기부터 건전성 지표 저하폭이 크게 나타나 영업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규 자금 투입을 통한 재구조화 없이는 사업성 개선되기 어렵기에 신규 PF 사업성 기준 ‘유의’ 또는 ‘부실우려’ 등급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