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대통령과 잇단 면담
이재용·최태원·정의선 등 만남
이, 왕세제 시절부터 인연 맺어
최, 자발적 탄소시장 파트너십
정, 친환경 모빌리티 협력 추진
방시혁·김택진·조만호 등 동참
K팝·게임·패션 등 관심사 나눠
국내 바이오 공장 첫 진출 성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들이 한국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28일 만났다. 에너지, 국방·방산, 건설 등 전통적인 협력 의제에 더해 문화 교류·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은 무함마드 대통령과 티타임을 가졌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본상 LIG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등도 함께했다. 이번 회동은 무함마드 대통령이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재계 총수들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이재문 기자 |
한국과 UAE는 1980년 6월 수교 이후 에너지, 담수시설, 인프라 건설 등 분야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수교 당시 교역규모는 1억9000만달러였으나 지난해 208억달러로 100배 이상 증가했다. UAE는 한국의 14위 교역국이다. 특히 최근 UAE는 탄소·쓰레기·자동차가 없는 도시를 목표로 마스다르 시티를 개발하고 있고, 아즈반 태양광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기업들도 UAE와 이전부터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경우 2019년 UAE 출장에서 당시 왕세제였던 무함마드 대통령을 만났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UAE 국부펀드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수소와 그린 알루미늄, 친환경 모빌리티,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부문에서의 사업 협력 등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자발적 탄소시장(VCM) 아시아 파트너십’ 구축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문 당시 UAE가 약속한 300억달러 투자에 관한 구체적 후속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이날 무함마드 대통령과의 만남에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 등 다양한 분야 대표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UAE를 비롯해 중동에서는 최근 K팝이나 게임, 패션 등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이들 기업과 UAE 간 협력 확대가 기대된다.이해준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대표와 이준표 SBVA(구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송치형 회장 등도 무함마드 대통령과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 후 최태원 회장은 취재진에 “좋은 말씀을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정기선 부회장도 “한국을 굉장히 좋아하고 앞으로 많이 같이하자는 말씀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한국과 UAE 경제계는 이날 오전 ‘한-UAE 비즈니스 포럼’을 열었다. 포럼에는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타니 빈 아흐메드 알 제유디 UAE 경제부 특임장관 등과 양국 기업인 200여명이 참석해 청정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통한 물류·제조·교역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의 첫 UAE 진출 성과도 있었다. 이날 포럼 행사에서 국내 바이오업체인 메디톡스와 UAE 두바이 국영 테콤그룹은 두바이에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해당 공장은 세계 최초·유일의 비동물성 액상 보톡스 완제품 생산공장이다. 지난해 윤 대통령 UAE 방문 당시 체결된 MOU를 한 단계 진전시킨 것으로, 현실화되면 한국 기업의 첫 UAE 바이오 공장 진출 사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