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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7-02 1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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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고금리·고물가에… 코로나 때 빚낸 자영업자들 ‘벼랑 끝’
내용

 

입력2024.07.02. 오전 1:16

 

문 닫은 소상공인에게 지급하는
‘노란우산 공제금’ 올해 20% 늘어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폐업 상점에 각종 고지서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우리나라의 빚 중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것은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채무다. 소득이 불안정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은 빚을 못 갚아 연체가 발생할 경우 신용 불량자로 추락해 재기(再起)하기 어렵다.

1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자영업자의 금융권 사업자 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1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로, 작년 말보다 2조4000억원 늘었다. 자영업자 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작년 말 1.3%에서 지난 3월 말 1.66%로 3개월 만에 0.33%포인트 올랐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규모가 영세한 소상공인들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5월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은행에서 돈을 빌린 소상공인을 대신해 갚은 돈(대위 변제)은 1조291억원이나 됐다. 작년 같은 기간(5911억원)보다 74.1% 급증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벼랑 끝’에 몰린 데는 2020년 발생한 팬데믹 탓이 컸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팬데믹에 따른 봉쇄 조치를 견디기 위해 큰돈을 빌려야 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나도록 경기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채 금리는 오르고, 인건비·임대료까지 상승하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월 가게 문을 닫은 소상공인에게 지급한 노란우산 공제금은 657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노란우산은 소기업·소상공인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을 위한 공제 제도로 소상공인에게는 퇴직금 성격 자금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전체의 빚이 늘어나는 것보다 빚을 못 갚는 취약 계층이 늘어나는 것이 훨씬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취약 계층은 돈을 갚지 못하면 낮았던 신용 점수가 더 떨어지면서 제도권에서 돈을 구할 수 없고, 통신비 연체 등으로 이어지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금융 당국은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의 채무를 새출발기금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재조정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지섭 기자 oasis@chosun.com

 

편집인2024-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