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소상공인에게 지급하는
‘노란우산 공제금’ 올해 20% 늘어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폐업 상점에 각종 고지서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우리나라의 빚 중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것은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채무다. 소득이 불안정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은 빚을 못 갚아 연체가 발생할 경우 신용 불량자로 추락해 재기(再起)하기 어렵다.
1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자영업자의 금융권 사업자 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1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로, 작년 말보다 2조4000억원 늘었다. 자영업자 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작년 말 1.3%에서 지난 3월 말 1.66%로 3개월 만에 0.33%포인트 올랐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규모가 영세한 소상공인들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5월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은행에서 돈을 빌린 소상공인을 대신해 갚은 돈(대위 변제)은 1조291억원이나 됐다. 작년 같은 기간(5911억원)보다 74.1% 급증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벼랑 끝’에 몰린 데는 2020년 발생한 팬데믹 탓이 컸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팬데믹에 따른 봉쇄 조치를 견디기 위해 큰돈을 빌려야 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나도록 경기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채 금리는 오르고, 인건비·임대료까지 상승하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월 가게 문을 닫은 소상공인에게 지급한 노란우산 공제금은 657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노란우산은 소기업·소상공인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을 위한 공제 제도로 소상공인에게는 퇴직금 성격 자금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전체의 빚이 늘어나는 것보다 빚을 못 갚는 취약 계층이 늘어나는 것이 훨씬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취약 계층은 돈을 갚지 못하면 낮았던 신용 점수가 더 떨어지면서 제도권에서 돈을 구할 수 없고, 통신비 연체 등으로 이어지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금융 당국은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의 채무를 새출발기금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재조정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