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상훈
문재인 정부에서 400조원 넘게 급증했던 국가 채무는 윤석열 정부 들어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낙관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현 정부가 재정 지출 증가율을 크게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부진으로 세금이 예상만큼 걷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연평균 8.7%에 달했던 재정지출 증가율(총지출 기준)은 2023년 5.1%로 줄었고, 올해는 역대 최저인 2.8%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기업 실적 악화로 법인세 세수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세수 결손 규모가 역대 최대인 56조4000억원으로 집계됐고, 올해도 최소 10조원의 세수 결손이 전망된다.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적자 국채 발행을 늘릴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50%에 육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추산한 올해 국가 채무(중앙정부+지방정부)는 1년 전보다 5.4% 증가한 1195조8000억원이다. 하지만 올해 말 실제 국가 채무는 1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올해 국세가 예상보다 덜 걷혀 올 들어 5월 말까지만 집계해도 10조원에 가까운 결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의 법인세 세수가 급감한 영향으로 지난 1~5월 국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9조1000억원이나 줄어든 151조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목표 세수(367조3000억원)의 41.1%에 그쳤다. 직전 5년간 평균적으로 1~5월에 목표 세수의 47%가 걷혔는데, 이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국세뿐 아니라 과태료 같은 세외수입을 포함한 정부의 총수입과 총지출이 모두 집계된 4월 말을 기준으로 보면, 1~4월 통합재정수지는 47조1000억원 적자다. 작년 말 정부가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연간으로 44조4000억원의 적자를 예상했는데, 넉 달간 적자폭이 이미 연간 목표치를 넘어선 것이다.
원래 정부 예상대로라면 국가 채무 비율은 작년 46.9%에서 올해 47.5%로 소폭 오르게 된다. 하지만 세수 결손을 보충하기 위해 정부가 국채 발행을 종전 목표보다 늘릴 경우 국가 채무 비율은 올라간다. 일각에서는 올해 말 국가 채무 비율이 5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