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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7-05 06: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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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내부통제 무력화하는 문화 바꿔야”… 반복되는 횡령에 은행원들 ‘시끌’
내용

 

입력2024.07.5. 오후 3:14 

 

 

은행원들, 잇따른 횡령 사고 원인 분석
“내부통제 거스르는 인사 문화 개선해야”
수직적인 조직 문화도 개혁 대상으로 꼽아

 


일러스트=손민균

 

“횡령 사고가 날 때마다 은행 직원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은행업은 평판과 신뢰가 생명인 산업인데, 이런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 업종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힘이 빠집니다.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도 분명 필요하지만, 동시에 인사 등 조직 문화를 고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은행에서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재발하면서 은행원들 사이에서는 금융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에도 계속해서 금융 사고가 발생하자 은행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부통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가 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겁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권 종사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반복되는 은행의 횡령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을 거론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글에는 수십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횡령 사고 방지를 위한 각종 아이디어가 더해졌습니다.

이 글에서 금융권 종사자들은 내부통제 시스템 자체의 문제보다는 운영 측면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은행 직원은 “최근의 횡령 사고를 보면 한자리에서 오래 있었다는 것”이라며 “내부통제조차 쓸모없게 만드는 인사 배치가 문제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다른 직원은 “은행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도 교육하면 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는 건 그만큼 업무가 정형화돼 있고 규정과 매뉴얼이 잘 짜여있기 때문이다”라며 “금융사 (내부통제) 시스템 자체는 문제가 많지 않지만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은 (횡령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운영 리스크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의견을 냈습니다.

은행의 조직 문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은행은 특히 상사의 눈 밖에 나면 회사생활이 어렵다”라며 “톱다운(Top-Down)으로 내려오는 수직적인 문화가 있다 보니 하급 직원이 상급자의 문제를 지적하기 힘들다”라고 했습니다. 이 직원은 “이러한 조직 문화에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업무 역량이 부족한데 ‘어련히 잘하겠지’라는 상급자의 생각까지 더해지면 금융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 19일 20개 은행장을 만나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로 이어지는 임직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의 근본적 변화 없이 제도 개선이나 사후 제재 강화만으로는 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준법·윤리의식이 조직 내 모든 임직원들의 영업행위·내부통제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조직문화’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조직 문화의 개선을 주문했습니다.

일부 은행 직원들은 횡령사고가 재발하는 것에 대해 처벌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현행법상 업무상 횡령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5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량이 늘어납니다. 700억원대 횡령을 저지른 우리은행 전 직원은 징역 15년형을 받았고, 23억원을 횡령한 부산은행 직원은 징역 6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형량이 낮고 코인 등 자금세탁을 통해 횡령금을 전부 회수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보니 ‘횡령하고 징역을 살면 연봉이 수십억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라는 게 은행 직원의 설명입니다.

은행 직원들이 직접 횡령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은 횡령 사고가 전체 은행의 평판과 신뢰 저하로 직결되며 정상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은행 직원은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의 관리 감독이 강화되고, 업계 자체에 대한 평판도 떨어지면서 윤리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은행원들도 덩달아 힘들어진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처럼 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도 횡령 사고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은행권의 횡령 사고가 줄어들지 주목됩니다.

 

 

조선비즈

김유진 기자 bridge@chosunbiz.com

편집인2024-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