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고채 이자만 23조1000억원… 8년만에 정부 총지출의 3% 넘어
한은서 빌린 돈, 코로나때보다 많아… “세수기반 확충 등 대안 시급” 지적
국가채무가 1100조 원에 달하면서 지난해 정부가 이자로 낸 돈만 25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랏빚 이자 부담이 나날이 커져 정부가 한 해 쓴 비용 중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8년 만에 3%를 넘었다.
경기 부진으로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면서 정부가 올 상반기(1∼6월) 한국은행 ‘마이너스 통장’에서 빌려 쓴 돈도 91조 원이 넘어 역대 최대치를 다시 썼다. 나라 살림살이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세수 기반 확충 등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나랏빚 이자 비용, 전년보다 3조 원 넘게 증가
7일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의 이자 비용은 24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3조6000억 원 늘어난 규모로, 5년 전과 비교하면 6조7000억 원 증가했다.
특히 모자란 곳간을 채우기 위해 정부가 국고채를 발행하면서 낸 이자만 23조1000억 원이었다. 2021년 17조7000억 원이었던 국고채 이자는 불과 2년 만에 5조4000억 원 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재난지원금 등 지급을 위해 국고채 발행이 늘어난 데다 최근에는 금리까지 높아져 이자 비용이 늘었다. 국고채 이자 비용이 20조 원대를 넘어선 건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정부 총지출에서 국고채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결산 기준 내부거래(정부 기금끼리 갚은 이자)를 제외한 국고채 이자비용은 19조198억 원이었다. 정부 총지출(610조6907억 원)의 3.1%에 해당하는 금액이 이자로 나간 것이다. 총지출 대비 국고채 이자 비중이 3%를 넘어선 건 2015년(3.0%)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2020∼2021년 2.2%까지 낮아졌던 이 비중은 2022년 2.3%로 올라섰다가 지난해 3%대로 뛰었다.
● ‘한은 마통’ 이자도 역대 최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가 정부 예상치를 밑돌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미 정부는 한국은행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돈을 빌려 쓰고 있다. 한은이 민주당 양부남 의원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 대출금·이자액’에 따르면 올 1∼6월 한은이 정부에 일시적으로 빌려준 대출금은 총 91조6000억 원(누적 기준)이었다.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로,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 상반기(73조3000억 원)보다도 25%가량 많다. 쌓인 대출금에 따른 이자도 1291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일시 대출금은 세수가 줄어든 데다 정부가 내수 진작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 조기 집행에 나서면서 크게 늘었다. 정부는 일시적으로 세입보다 세출이 많아 국고 잔액이 부족한 경우 한은에서 일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지만 정부가 너무 많은 돈을 자주 빌리면 재정 건전성과 관련한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나라 살림이 팍팍해지자 기재부는 최근 ‘주요국의 의무·경직성 지출 검토 사례’ 연구용역에 나섰다.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나가야 하는 공적 연금, 보육료 지출 등도 줄일 여지가 있는지 해외 사례를 통해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출 구조조정의 강도를 더 높이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총지출(638조7000억 원) 중 의무지출과 경직성 지출은 457조4000억 원으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지출을 줄였는데도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건 세수가 그만큼 많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전반적인 세수 기반을 확충할 수 있도록 세수 체계 전반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예산을 1년 전보다 2.8%만 늘리며 고강도 긴축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