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둔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들이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현상의 이면에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현실이 있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 장기화로 우리나라 자영업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면서, 가게 문을 닫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40대 후반이나 50대에 회사를 그만두고 음식점, 숙박업소 등을 차린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자영업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폐업한 외식 점포 수는 5922개로, 1년 전(5754곳)에 비해 3%, 2년 전(3911개)에 비해 25.9% 급증했다. 전체 점포 수 대비 폐업 점포 수를 뜻하는 폐업률도 1분기 기준으로 2022년 2.7%에서 작년 3.9%, 올해 4%로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폐업률은 코로나 사태로 식당들이 영업시간 제한을 받아 어려움을 겪었던 2020년 1분기(4.4%)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금융위원회 통계를 봐도 작년 개인 사업자 폐업률은 9.5%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폐업자 수도 91만1000명으로 1년 새 11만1000명 불었다.
고금리·고물가와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수입은 줄고 이자 부담만 불어나는 자영업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에 대출이자를 제때 갚지 못한 채 연체하고 있는 자영업자 비율은 4.2%로 2013년 1분기(4.37%)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코로나 이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작년 9월에 사실상 종료된 점도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658만8000명으로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를 합친 전체 취업자 수(2841만6000명)의 23.2%다. 자영업자 비율은 외환 위기 직후 대규모 실업이 벌어진 1998년 일시적으로 상승한 이후 1999년(37.6%)부터 지난해까지 25년 연속 줄었다. 올해 5월 자영업자 비율은 22.9%로 1년 전(23.4%)에 비해 0.5%포인트 감소했다.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소상공인 대책에서 최장 5년이었던 대출 만기를 최장 10년까지 5년 더 연장해주기로 했다. 다만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월 110만원을 받고 6개월짜리 직업훈련을 받는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한계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접고 임금근로자로 다시 취업하도록 유도하는 대책을 내놨다. 폐업한 자영업자를 월급쟁이 종업원으로 고용한 사업주에게 1명당 1년간 월 30만~60만원의 고용 촉진 장려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폐업 점포 철거비 지원금도 현행 최대 250만원에서 최대 400만원으로 150만원 늘리기로 했다. 음식·숙박업 등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차릴 수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자영업이 늘면서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23.9%로 OECD 평균(17%)의 1.4배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