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벨트 해제 지역은 어디?
강서구 김포공항 인근도 후보
최대 99만㎡ 개발제한 풀기로
후보지역선 “큰 호재 생긴 것”
“단기간 집값 잡기 부족” 지적
野협력 없인 관련입법 불투명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대거 해제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서울·수도권에서 선호도가 높은 입지에 아파트 8만 가구를 공급하기 위한 조치로, 강남구 세곡·내곡지구와 서초구 우면동 및 송파구 방이동, 강서구 김포공항 인근 등 최대 99만㎡에 달하는 후보지가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벌써부터 관련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주택공급 확대 방안과 관련해 시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는 신축 공급 효과가 상당하겠지만 심화 중인 공급난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 폐지와 재건축·재개발촉진특례법 등 핵심 대책이 입법 사안이어서 정부 대책만으로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국토교통부가 전날 고시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공고에 따르면 서울시 송파구 방이·오금·마천과 하남시 감일·감북 등 일대 그린벨트 10.59㎢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신규 지정됐다. 전날 정부가 주택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이들 지역이 대상지가 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이날 부동산 업계와 해당 지역 시장 등의 취재를 종합해 보면 이 지역 이외에도 강남 3구에서 해제 가능성이 큰 그린벨트 지역은 이명박 정부 당시 보금자리 주택 지구로 개발된 바 있는 서초구 우면동, 내곡·세곡지구 등이 꼽힌다. 세곡지구는 지하철 3호선과 SRT가 관통하는 수서역세권 개발과 맞물려 수서역 차량기지와 함께 해제 가능성이 크다.
강서구 인근은 2026년 착공이 예정된 김포공항 혁신지구 사업지 중 북측 9만㎡ 부지가 유력하다. 강북 지역의 그린벨트는 대부분 개발이 어려운 산악 지형인 데다, 현재 강남 지역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폭등세가 이어지고 있어 해제 대상 지역으로 강남권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그린벨트를 통한 공급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그린벨트는 사유지라서 보상·수용과 인프라를 까는 데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시일도 오래 걸린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좋은 정책이지만 단기간에 올라가는 집값을 잡는 데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가 거론되는 지역은 벌써부터 기대감과 우려감에 들썩이고 있다. 수서역 인근 공인중개사 A 씨는 “역세권 개발 등 호재가 많지만 아파트 물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더 큰 호재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세곡동 지역 공인중개사 B 씨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공급이 몰려 일대 아파트값이 폭락했는데 지금 8만 가구를 짓겠다고 하니 투자를 하기엔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토지도 LH가 시세로 수용을 하기 때문에 지금 투자해서 큰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8·8 공급 대책에 담긴 대책들은 중장기적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 공급에 상당한 파급이 예상된다.다만 재초환 폐지와 정비사업촉진특례법 등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좌우하는 큰 틀의 정책들이 입법 사항이어서 여소야대 국면에서 추진이 불투명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또 공사비가 폭등한 상황에서 강남권의 사업성이 높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론 서울 도심 아파트 공급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재건축 아파트와 재개발 사업지의 시세가 상승하는 과열 양상을 초래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