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과열 탓 대출 급증세
한은 “가계빚 안정 우선” 견지
정부 공급대책 영향 지켜본뒤
통화정책 전환 시점 결정할듯
금융당국도 가계빚 우려 여전
정부가 급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8·8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비롯해 금융시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공급 대책이 최근 과열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식히기 위한 목적이 큰 만큼 금융당국도 당분간 대출 금리를 통한 기존의 가계부채 통제 정책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역시 공급 대책 발표 이후 실물 시장의 반응을 살펴본 뒤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주요 은행의 7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15조7383억 원으로, 전월 동기(708조5723억 원) 대비 7조1660억 원(1.0%)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4월 이후부터 급격히 불어났는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거래가 활성화된 점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가 서울과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를 풀어 8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카드를 꺼낸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공급 대책으로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한은은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소비 위축과 기업 투자 제약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도 가계부채 안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금리 인하 시기를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로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지목한 바 있다. 특히, 금통위원 전원은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일단 한은은 이번 대책이 집값 상승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주목하며 시장 반응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시장 요구를 상당 부분 담아낸 정책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걸고 있지만 주택 공급은 시차를 두고 진행되기 때문에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해 한은은 이달 22일과 10월 11일, 11월 28일 등 3차례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를 남기고 있다.
금융당국도 한은과 비슷한 기류다. 부동산 공급 확대에 맞는 금융 대책이 빠졌다는 이유에서 ‘정책 엇박자’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금융당국 역시 이번 대책이 가계부채를 더 자극할까 우려하고 있다.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조치가 9월로 미뤄지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중 대출금리를 올려 가계부채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금융당국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은 전날 기준 평균 3.205%로, 기준금리(3.500%)보다 낮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별 가계부채 성장 목표가 거의 찼기에 가산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