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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9-09 08: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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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은 조사국장 "고물가 끝이 보인다…체감물가도 안정될 것"
내용

 

입력2024.09.09. 오전 7:49 

 

 

8월 물가상승률 한국은행 목표치 2%에 도달
고물가시대 마무리 단계, 국민들 체감물가도 낮아질것
이지호 한국은행 조사국장 인터뷰

 

 

"물가상승 정점은 지났다. 국민들이 부담을 느끼는 체감물가도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본다."

지난 몇년간 고물가와의 전쟁을 치러온 한국은행은 이제 종전 선언을 고민 중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대비 2.0% 오르는 데 그치면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2022년 한때 6.3%까지 폭등했던 물가상승률이 2.0%까지 내려오면서 한은은 고물가와의 전쟁이 거의 8부, 9부 능선을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물가가 연말까지 2%대 초반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이 느끼는 물가부담감 역시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본다.

고물가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워온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지난 5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물가 전쟁은 끝이 보이고 있으며 국민생활을 어렵게 하는 체감물가 역시 시간을 두고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사국은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한은에서 경제 전망과 분석을 담당하는 핵심부서다.

 

이지호 국장 "선제적 금리인상과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 유효"

한국의 물가 안정화 속도는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 비해 빠른 편이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아직 2.9%에 달했고, 유로존도 8월 2.2%로 우리보다 높다. 이 국장은 "최근 국제유가와 농산물가격 상승률이 낮아진 것이 8월 물가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됐다"며 "작년 여름 농산물 가격이 워낙 높았다 보니 기저효과 영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선제적 금리인상과 정부의 물가안정화를 위한 노력 역시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선진국들보다 6개월 이상 앞서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선제적 통화정책을 펼친 것이 물가안정에 도움이 됐다"며 "통화정책은 사람들의 심리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통화정책이 유효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가 유류세 인하폭을 줄여가거나 농산물 가격 안정화,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을 통해 물가를 안정화해온 것이 효과를 냈다"고 덧붙였다.

 


이지호 한국은행 조사국장이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다만 이 국장은 "물가상승률은 낮아졌지만, 물가수준 자체는 여전히 높아 국민들이 체감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며 "2% 내외의 물가가 상당기간 지속돼야 국민들이 지금보다 물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8월 기준 2.9%로 다소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국민들의 물가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행히 2% 안팎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최근 낮아진 국제유가와 국내외 경기상황 등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했을 때 물가는 현 수준 또는 지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본다"며 "물가가 갑자기 급등하거나, 아니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급락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안정되면서 시장 관심은 기준금리로…"가계부채 증가 문제 해결돼야"

물가가 다소 안정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이제 기준금리 인하에 쏠리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10월이나 11월에는 기준금리를 한차례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물가 흐름이 우리 예상대로 가고 있다"며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와 한은이 우려하는 것은 가계부채다. 최근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면서 가계부채가 증가했고 금융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국장은 "가계부채의 급증은 풍선이 부풀어 오르면서 얇아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가계부채가 가계소득에 비해 크게 확대되면, 부풀어 올라 얇아진 풍선이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터지는 것처럼 우리 경제가 외부 충격에 취약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며 "풍선이 많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정부가 가계부채 급증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하했어야 하는데, 타이밍이 다소 늦은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통화정책 결정의 어려움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국장은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큰 상황에서 금융통화위원들이 금융안정 상황을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추석을 앞두고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배 선물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하반기 우리 경제의 최대 변수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위험)를 꼽았다. 이 국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라든지, 중동 갈등과 같은 큰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며 "G2(2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둔화하는 것도 우리 경제에는 나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위험이 없다면 한은이 예측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2.4%는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8월 우리 수출이 좋았고, 내수도 차차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어서 2.4%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한은이 올해 처음 시작한 분기별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조사국 내에 태스크포스(TF)팀까지 만들어서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대응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그동안 경제나 물가 전망치를 상반기 얼마, 하반기 얼마식으로 반기까지만 공개했는데 지난달부터 1분기 얼마, 2분기 얼마, 3분기 얼마, 4분기 얼마 등 분기별로 세밀화해 예측치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통화정책의 투명성과 시장과의 소통 능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대외변수에 큰 영향을 받는 소규모 개방경제 형태인 우리나라 특성상 예측의 어려움이 선진국에 비해 크다는 평가다. 이 국장은 "분기별 경제전망은 우리끼리 작두를 타야 한다고 할 정도로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라며 "모니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충하고 전담팀까지 만들어서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경제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박재현 기자 now@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