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코로나진료소, 한파에도 아침부터 문밖까지 줄
입력2022.12.20. 오전 3:02
[김기용 특파원의 베이징 현장]
“집에서 버티다 약 떨어져 나와… 안 나온 확진자들 훨씬 많을것”
19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발열진료소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줄이 건물 밖으로 이어져 있다. 진료 대기 줄 사이로 검은 모자를 쓴 한 남성이 양손에 약을 받아 들고 나오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19일 오전 10시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발열진료소는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에도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 줄이 건물 밖까지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 환자는 발열진료소에서 1차 진료를 받는다. 이날 오전에만 최소 10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곳곳에서 기침과 가래 끓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줄을 선 사람들은 마스크를 고쳐 쓰거나 몸을 한껏 움츠렸다.
약을 잔뜩 받아 나온 자오모 씨(60)는 “여기 온 사람들은 집에서 버티다가 약이 다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나온 이들”이라며 “(집에서) 안 나온 사람(확진자)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베이징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화장장 예약조차 힘들다는 소문이 사실일 것이라고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국 당국은 18일 하루 동안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사망자는 베이징에서 발생한 단 2명이라고 밝혔다. 작은 발열진료소에 오전에 100명이 몰리는 상황과는 동떨어진 통계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당국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발열 증상이 나타나는 택배원들이 많아지면서 택배가 사실상 중단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차오양구에 사는 직장인 우모 씨(44)는 최근 2주 동안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을 전혀 받지 못했다. 택배원이 부족해 판매자가 주문을 취소하는 경우도 세 차례나 됐다. 18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베이징의 한 택배회사는 택배원 일당을 200위안(약 3만7000원)에서 400위안(약 7만4000원)으로 2배로 올렸는데도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발열환자 급증, 택배원 부족 같은 3년 전 코로나19 발병 초기 상황이 재연되면서 중국에서는 감기약과 해열제 품귀 현상이 벌어진 데 이어 N95(KF94) 마스크 가격도 5, 6배 이상 뛰었다. 개당 1위안(약 185원) 정도 하던 N95 마스크는 5∼6위안에 거래되고 있다. 저장성 사오싱 시장 감독국은 이달 초 18.68위안(약 3500원)이던 마스크 한 상자를 139.9위안(약 2만6000원)으로 7배가량으로 올려 판 업체 관계자를 입건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은 내년 1월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방정부마다 내년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전후해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