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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3-01-23 09: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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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30년 만에 여성인권법 개정한 중국, 긍정적 변화 만들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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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0년 만에 여성인권법 개정한 중국, 긍정적 변화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내용

 

입력2023.01.22. 오후 3:33   수정2023.01.22. 오후 4:17

 

노동·성범죄·가족·정치권 등 여성권익 내용

16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 기차역에서 춘제를 앞두고 시민들이 짐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2020년 12월2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 인민법원. 법원 건물 앞으로 쌀과 토끼 그림을 든 사람들이 모였다. 이날 중국 ‘미투운동’의 상징으로 불리는 저우샤오쉬안(29)이 방송계의 ‘살아 있는 권력’인 유명 진행자 주쥔(58)을 상대로 제기한 성추행 재판이 시작됐다. 중국에서 쌀과 토끼, 즉 미(米)토(兎)는 ‘미투운동’을 의미한다. 그림을 든 저우의 지지자들은 당국의 검열이 이뤄지는 가운데서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재판 소식을 공유했다.

그로부터 2년 여의 세월이 흘러 많은 게 변했다. 중국은 2023년 검은 토끼의 해(흑묘년)를 맞아 1월1일부터 개정 여성권익보호법을 시행했다. 1992년 만들어진 이 법은 30년 만인 지난해 10월30일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를 거쳐 전면 개정됐다. 노동·성범죄·가족·정치권 등 여성권익에 대한 광범위한 내용을 담았다. 이 법을 통해 성희롱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했고, 성폭력 신고가 이뤄질 경우 당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여성 노동자의 모성 보호를 위해 뭘 해야 하는지, 여성 납치와 인신매매 문제에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은 개정법이 “가난한 여성, 노인 여성, 장애인 여성 같은 약자 집단의 권익 보호를 강화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에서 미투운동이 본격 시작된 것은 한국과 비슷한 2018년이었다. 한국에서처럼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성을 대상으로한 폭행 사건 등이 꾸준히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허베이성 탕산시의 식당에서 남성들이 여성을 집단 폭행하는 영상이 퍼지면서 중국 시민들의 분노가 확산됐다.

하지만 중국 밖에선 법 개정 이후에도 중국 여성들의 삶이 크게 개선되긴 힘들 것이란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당장 법 개정 직전 공산당의 최고 지도부라 할 수 있는 정치국원 24명이 25년 만에 전원 남성으로 꾸려졌다. 중국공산당 정치국 내 유일한 여성이었던 쑨춘란 부총리가 자리를 비우면서 그의 뒤를 이을 여성 정치국원이 임명되지 않았다. 이 결정은 중국 내부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적잖은 파문을 낳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여성권익보호법 개정 소식을 전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도부가 최근 성평등에서 크게 한 발 후퇴한 가운데 나온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저우윈윈 오슬로대 정치사회학자는 지난해 11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이번 개정법에 대해 여성들의 권익을 반영해 직장 내 성차별을 막고 모성 보호를 강화하려는 “인상적이고 긍정적인 변화가 보인다”면서도 “개정안이 이론적으로는 작동하겠지만 사회 현실에선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많은 조항이 여전히 규제력이 부족하고 이상화된 원칙과 목표에 복무”할 뿐이라 이유에서다.

현재 중국 여성의 인권을 둘러싼 상황은 복잡하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으로 태어난 젊은 여성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가부장적 리더십’을 내세우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 요구를 가로막는 모양새다. 지난해 기준으로 61년 만에 인구가 줄어드는 등 심각한 저출생 문제에 직면한 중국 정부는 여성들을 결혼·출산·육아 같은 전통적 성 역할로 밀어 넣으려 한다.

미국 <포춘>은 “기록적으로 낮은 출생률과 급감하는 결혼 건수로 고심하는 중국에서 여성들은 전통적인 돌봄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홍콩대 허신 중국법학과 교수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개정법은 중국이 가족 결속과 여성의 전통적인 덕목을 강조하는 것과 충돌할 수 있다”며 “개정법은 여성들이 가부장제 사회에 맞서 싸우도록 장려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에 중국은 여성들이 어머니와 아내라는 전통적인 역할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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