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2.27. 오후 6:30 수정2023.02.27. 오후 6:31
박종국 특파원 = '제로 코로나' 시행 당시 위독한 시어머니의 병문안을 가느라 방역 수칙을 어긴 중국의 한 교사가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혹독한 대가 치렀다고 봉황망 등 현지 매체가 27일 보도했다.
시어머니 병문안 갔다 집안 풍비박산 여교사 고향
[텐센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보도에 따르면 작년 4월 13일 허난성 신양시 구스현에 살던 후훙(32)은 장쑤성에서 일하던 남편으로부터 시어머니가 위독하니 자신을 대신해 병문안해달라고 울먹이는 전화를 받았다.
시어머니는 그가 살던 곳에서 불과 15㎞ 떨어진 안후이성 류안시 훠치우현에서 기거하고 있었다.
당시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에 확산해 성(省) 간 이동이 전면 금지됐지만, 남편을 비롯해 시댁 식구들이 모두 외지에 나가 있는 상황에서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시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로 한 그는 친정 부모와 자녀 등 가족 7명과 함께 훠치우현을 방문했다.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외출을 삼가라는 지침이 매일 시달됐지만, 천륜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후씨 일행이 시어머니 집에서 머문 시간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파장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8일 뒤 친정아버지를 시작으로 그의 가족을 포함, 마을 주민 28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1천843명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집단 격리됐다.
그가 재직 중이던 학교가 휴교하고 공장이 일제히 폐쇄되면서 그는 '공공의 적'으로 몰렸다.
촌 서기였던 그의 친정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는 해임됐고, 당적을 박탈당했다.
또 방역 수칙 위반 혐의로 기소돼 친정아버지는 징역 2년, 그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의 남편 역시 2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이 부부는 이혼해 가정이 깨졌다.
중국 최고인민법원
[중국 최고인민법원 자료사진]
방역 완화에 따라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지난달 코로나19 방역 위반 행위에 대해 더는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 부녀는 이미 1심 판결이 내려져 구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부녀는 형량이 과도하고, 마을 주민 집단 감염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해 힘겨운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 감내하기 어려운 것은 한 가족처럼 지냈던 주민들의 원성과 싸늘한 시선이었다.
후훙은 소송이 마무리되는 대로 고향을 떠나 먼 곳으로 이주하기로 마음 먹었다.
엄격한 방역 정책을 거스른 대가는 혹독했고, 한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pjk@yna.co.kr
박종국(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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