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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3-14 10: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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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양금덕 할머니와 日아베 말 속에 담긴 '서로 다른 미래'
내용

 

입력2023.03.14. 오전 6:10   수정2023.03.14. 오전 6:11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왼쪽), 김성주 할머니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굴욕적인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3.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나는 절대 금방 굶어 죽은 한이 있어도 그런 돈은 안 받으렵니다. 나도 자식들이 있고 나도 다 할 만치 나라에 세금 물고 다 그렇게 살아도 누구 하나 지금 이렇게 내 마음을 알아줄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없어.…. 솔직히 우리나라를 훌륭하게 만들어가라고 이렇게 여러분들(국회 의원)을 내놨지…."(2023년 3월 13일 국회에 출석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발언)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왔습니다. …그 전쟁과 아무 관계가 없는 우리의 아이나 손자, 그리고 그 후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죄라는 숙명을 계속 짊어지도록 할 수는 없습니다."(2015년 8월14일 당시 아베 신조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
 


13일 일제 강제징용 생존자 양금덕 할머니(95)가 국회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확정 판결 대책 성격으로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양 할머니는 "일본이 사죄를 안 하고 우리 정부가 그 돈을 대신 갚는다는데 받겠습니까"라는 질의에 앞으로 '굶어 죽는' 상황에 직면해도 수용 불가라고 못박았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옷 벗으라 하고 싶소"라고 했다.

3자 변제안은 강제징용 판결의 피고기업들이 피해자들이 원하는 사죄에 대해 불가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정부가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을 통해 판결금(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내용으로 내놓은 대책이다.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강화 등 경색된 한일 관계를 타파하기 위한 대책으로 윤석열 정부는 '대승적 결단'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양 할머니를 비롯한 생존자 3인 전원이 3자 변제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이날 재단에 전달했다. 생존자들은 일본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해 왔다.

[도쿄=AP/뉴시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8일 도쿄에서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일본 중의원은 방위비 약 66조 원을 포함한 1천100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승인했다. 2023.02.28.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강제동원 피해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 피해자 유족 등 원고는 15명이며 생존자는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와 일본제철의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윤석열 정부가 3자 변제안을 내놓은 지난 6일 과거사와 관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명시적으로 사죄한다는 언급은 없었다. 이는 '통절한 반성과 사죄'라는 역대 내각의 과거사 인식과 더불어 작년 사망한 아베 신조 집권기인 2015년 나온 일본의 '추가 사죄 불가' 입장까지 계승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들에서 피해자의 심경을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반대 입장이 과대 대표된 상태라는 반론도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지난주 외신 기자단 간담회에서 제3자 변제안과 관련해 "정부도 이번 해법 미흡한 점 지적하는 여론 유념하며 해법 이행 과정에서 피해자 유족들의 의견에 더 귀기울이겠다"고 했다. 외교가에서는 피고기업들이 사죄·배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한일 양국 경제계 가 논의 중인 가칭 '미래기금'에 자금을 기여하는 방식으로 3자 변제에 호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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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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