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4.23. 오후 10:01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중국 관영 매체가 한국 외교의 국격을 거론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해협 현상변경 반대 발언을 비난했다.

2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외교의 국격이 산산조각 났다’라는 제목의 공동 사설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부용치훼’(不容置喙·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표현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다시 한국 정부가 비판한 것에 대해 "이 발언이 어떻게 한국의 귀에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이고, 어떻게 중국의 국격을 의심하게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냐"고 따졌다.

또한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한국 외교부가 언행에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고 응수한 것에 대해서 친 부장이 윤 대통령이나 한국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들은 사람만 누구에게 말하는 것인지 들리는 법"이라며 "윤 대통령의 이번 대만 문제 발언은 92년 중한 수교 이후 한국이 밝힌 최악의 입장 표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대만 문제는 내정으로 세계적인 문제가 아니고, 남북문제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또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언급한 뒤 "한국 외교가 말하는 국격은 어디에 있는가"라며 "워싱턴에서 잃어버린 국격과 외교 자존심을 중국을 통해 만회하려고 하느냐"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무지하고 악질적인 말을 할지 누가 알았겠느냐"고 반문한 뒤 "우리는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잘못된 인식이 이렇게 멀리 갔는지 정말 몰랐다. 한국 외교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대한해협 긴장 상황에 대해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국은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거친 표현을 동원하며 비판했다.
 

허종호 기자(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