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5.08. 오전 9:26 수정2023.05.08. 오전 9:32
“친미·친일 굴욕외교 비판은 한국에서도 나와”
양국 부정적 인식 초래도 한국 책임으로 돌려
환구시보가 8일 게재한 사설. 환구시보 홈페이지 캡
[서울경제]
주중대한민국대사관과 중국 관영매체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주중한국대사관이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와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에 공식 항의서한을 보낸 것에 대해 환구시보가 8일 이를 재반박하며 주중한국대사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 매체들은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비판도 쏟아내는 등 한중 관계의 긴장감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형국이다.
이날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주중한국대사관이 최근 본보의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관련 보도와 칼럼 게제에 대해 공식 항의하는 서한을 보내왔다”며 “이런 격앙된 감정과 경계를 넘는 언사는 외교기구에서 나와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다른 나라 언론의 독자적인 보도에 난폭하게 간섭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항의서한에 담긴 주장과 본지에 대한 비판도 수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중한국대사관은 최근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가 윤 대통령의 방미 활동 관련 잇따라 거친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 기사를 쏟아내자 4일 공식 항의서한을 보냈다. 이어 5일 한국 언론에 이 사실을 공개했다. 주중대사관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며 부적절한 어휘를 사용해 우리 정상은 물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을 매우 치우친 시각에서 객관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폄훼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사설은 이를 두고 다시 환구시보가 재반박에 나선 것이다.
환구시보는 주중대사관이 항의 사실을 한국 언론에 공개한 만큼 자신들도 공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중국 매체가 한국에 대한 중국의 관점을 표명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설은 “친미·친일 굴욕외교라는 가장 혹독한 비판은 한국 내에서 나왔고, 한국 내 전문가들 역시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의 핵심이익 관련 문제에 한국 측의 일부 잘못된 발언들로 인해 중국내 강한 반감과 경각심이 발생했고, 이것이 양국민 간의 부정적 인식을 초래한 주범이다”라고 설명했다.
환구시보는 “중국발 목소리에 대해 한국 측의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고려해 최대한 말을 아꼈지만 이치는 명확히 해야한다”라며 “한국은 복잡한 동북아 정세에서 역할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이 기대를 저벼렸고, 글로벌 허브국가라는 한국의 비전과도 동떨어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한국정부는 지역정세의 안정을 깨트리는 미국과 일본에 영합한데 이어, 대만문제에 대해 여러차례 잘못된 발언을 했으며, 이제는 중국의 매체까지 공격하고 있다”며 “한국 외교가 워싱턴과 도쿄에서 국격을 잃은데 이어 동북아 정세 불안을 자극·유발·가중시키거나 심지어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그 결과는 한국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설은 “한국의 외교당국이 과연 국제정치의 현실을 이해하고 있는지, 중한관계 발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오해를 가중시킬 수 있는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좀 더 설득력 있는 입증과 해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b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