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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3-05-15 08: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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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中 새마을운동' 향촌진흥 한창…"유학갔던 2030도 고향서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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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中 새마을운동' 향촌진흥 한창…"유학갔던 2030도 고향서 창업"
내용

 

입력2023.05.14. 오후 6:08

 

마을특색 살려 현대·산업화
정부 지원 속 가족기업 육성
룽징차 등 특산물 세계 진출
45년전 1인 연소득 1.6만원
작년 3200만원까지 늘기도

저장성 안지현 루자촌 마을 회관 벽면에 공동부유를 상징하는 열차가 그려져 있다.
[서울경제]

항저우시 중심지인 서호에서 차로 1시간 30분가량 떨어진 안지현 루자촌. 지난달 25일 방문한 루자촌 어귀 마을 회관에는 ‘공동부유호’라고 적힌 기차가 그려져 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농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추진 중인 공동부유 기조를 상징한다. 중국은 1960~1970년대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비슷한 ‘향촌진흥’ 사업을 통해 농촌의 빈곤을 해소하고 공동부유를 실현해 나가는 중이다. 주런빈 루자촌 당서기는 “루자촌은 과거에 낡고 볼품없던 작은 산촌 마을에서 이제는 중국 향촌진흥의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고 강조했다.

마을을 키워낸 주력은 학업을 위해 도시로 떠났다가 농촌으로 다시 돌아온 젊은이들이다.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해외 유학파 출신까지 농촌 마을의 특산물을 살려 창업에 나섰고 성공한 기업으로 만들어 시골 마을의 발전을 일궈냈다. 주 서기의 아들이자 다롄이공대를 졸업하고 루자촌으로 돌아와 창업한 주이디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젊은이들이 고향에 돌아와 창업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며 “중국의 농촌은 젊은이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2030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 은행에서 최대 300만 위안(약 5억 7000만 원)을 대출해주고 학력에 따라 창업 지원 보조금도 제공된다. 도시를 오가는 고속철도 비용 지원까지 다양한 혜택으로 농촌의 발전을 꾀한다.
 


 

대학 4학년으로 농촌 기업을 창업한 주빙천(오른쪽 두번째)이 지난달 25일 저장성 안지현 루자촌 마을회관에서 중국식 ‘새마을운동’으로 불리는 향촌진흥을 위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함께 참석한 구차오옌(오른쪽 세번째부터)과 주이디 역시 루자촌으로 돌아와 마을 특성을 살려 창업한 청년 사업가이다.

1994년생 구차오옌은 미국 남가주대(USC)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상하이에서 부동산 투자 회사에 다니던 중 2018년 고향 마을로 돌아왔다. 바캉스 테마 농장을 만들어 여행업과 접목한 농촌 체험 활동 사업을 하고 있다. 직원의 80%는 루자촌 농민들로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리다학원(직업기술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2001년생 주빙천은 고등학교 때부터 각종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하며 사업가의 꿈을 키웠다. 그는 “고향의 발전 기회를 포착해 차 산업 재배, 가공 및 판매, 기능 교육, 농업 관광 연구 등 다양한 산업을 통합하고 발전시켜 차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만 22세의 학생이 만든 농촌 기업은 저장대·상하이자오퉁대 등 5개 대학·대학원과 산학연 협력을 체결했고 창업 과정은 지난해 중국중앙(CC)TV에도 향촌진흥의 모범 사례로 소개됐다.

루자촌 마을에는 610가구에 23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데 2011년 1인당 소득이 2만 위안(약 381만 원)이 채 되지 않다가 2022년 4만 9850위안(약 951만 원)으로 10여 년 만에 2.5배 이상 늘어났다. 공동부유를 실현한 모범 마을로 꼽힐 만하다.
 

지난달 23일 찾은 항저우시 와이퉁우 마을의 룽징차 차밭. 이 마을은 룽징차를 기반으로 한 예술가촌을 만들어 관광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시 주석이 강조하는 대로 ‘함께 잘사는’ 공동부유를 달성하려면 농촌의 발전, 즉 향촌진흥이 필요하다. 중국은 2021년 6월 향촌진흥촉진법을 제정해 도시 인재들의 귀촌을 유도하는 조항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청년층이 농촌을 기반으로 창업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는 중이다. 이에 중국 농촌 마을은 각자 자신들의 특산물을 제품으로 만들어 기업화하고 있다. 앞서 23일 찾았던 항저우시 와이퉁우 마을은 항저우를 대표하는 녹차인 룽징차로 마을의 발전을 일궈냈다. 주민들은 8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난 룽징차의 주요 생산지를 2007년부터 예술가 마을로 탈바꿈시켜 국가문명마을의 영예를 얻었다. 주민 1인당 소득은 8000위안 미만에서 7만 3000위안으로 9배 넘게 증가했다. 마을 관계자는 1차 산업을 기반으로 3차 산업을 접목하는 방식이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3일 찾은 항저우시 와이퉁우 마을의 한 관계자가 특산품인 룽징차를 활용한 다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 마을은 룽징차를 기반으로 한 예술가촌을 만들어 관광 산업을 활성화해 중국식 ‘새마을운동’인 향촌진흥을 실현하고 있다.

26일 찾은 샤오싱시는 2500년 넘는 유구한 역사의 중국 전통주 ‘황주’로 유명한 마을로 2016년 황주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를 지었다. 평일에는 학생들이 소풍을 오고 주말에는 단체 결혼식도 열리는 등 연중 남녀노소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을 위해 황주를 소재로 라테·아이스크림 등을 만들어 파는 카페에는 여유를 즐기는 여행자들이 붐볐다. 이곳에서 만난 샤오싱시 선전부의 왕덩은 “샤오싱은 물론 중국을 대표하는 황주를 세계로 알리려 하고 있다”며 “일본에 이어 12일에는 서울에서도 품평회를 연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찾은 진화시 화위엔촌도 저장성에서 향촌진흥의 대표 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1978년 1인당 연간 소득이 87위안(약 1만 6000원)에 불과했는데 2022년에는 16만 5000위안(약 3145만 원)까지 늘었다. 현대식 농업과 함께 고급 가구의 대명사인 홍목 가구를 판매해 여느 대도시 못지않은 마을로 변모했다.
 

지난달 26일 찾은 저장성 진화시 화위엔촌의 현대식 농업 시설. 빈곤에 시달리던 화위엔촌은 농업의 현대화를 통해 소득 수준이 빠르게 성장했다.

글·사진(항저우)=김광수 특파원(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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