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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3-05-25 13: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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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베이징 숙소서 새벽 4시 주문한 체온계, 30분 만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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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베이징 숙소서 새벽 4시 주문한 체온계, 30분 만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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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3.05.25. 오전 3:03   수정2023.05.25. 오전 6:46

 

中 ‘치킨게임’이 ‘총알 배송’ 낳아… 지역·소득·연령별 서비스 세분화
 

지난 23일 새벽 4시에 베이징 차오양구에서 배달앱 '메이퇀'으로 주문해 30분만에 받은 체온계.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지난 23일 새벽 4시, 베이징 차오양구(區)에서 배달앱 ‘메이퇀(美團)’으로 체온계를 주문했다. 포장비 0.5위안(약 90원), 배달비 2위안(약 370원)을 합쳐 주문 총액은 68.5위안(약 1만2700원). 정확히 30분 만에 “똑똑” 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보니 체온계가 담긴 노란 봉투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 이튿날 새벽 3시에는 콧물흡입기를 같은 방식으로 주문해 27분 만에 받았다. 원래 메이퇀은 한국의 ‘배달의 민족’처럼 음식 주문 배달 앱이지만, 최근에는 약·모기장·운동기구·음향기기 등 대부분의 물품을 ‘총알 배송’하고 있다. 한국과 다른 점은 새벽이든 늦은 밤이든 24시간 언제든지 주문 버튼을 누르면 1시간 안에 집 앞까지 배달해 준다는 것이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계를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은 ‘네이쥐안(內卷·치킨게임)’이다. 8억5000만 소비자를 두고 대기업들 간에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배송 속도는 극한으로 빨라지고, 서비스 가격은 낮아지고 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지난해 48조 위안(약 8980조원)이고, 2030년에는 100조 위안(약 1경87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기업들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시장에서 버티는 배경이다. 코로나 팬데믹에 배달 기사들이 급증한 덕분에 새벽 배송 등 틈새 서비스에 투입할 인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한국인과 중국인은 온라인으로 장을 볼 때 습관 차이가 크다. 한국인들은 많은 물품을 한꺼번에 주문하지만, 중국인들은 생각날 때마다 한두 개씩 주문한다.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허마셴셩, 딩둥마이차이 등 신선식품 배달 전문업체들은 무료 배송을 위한 최소 주문 비용이 1만원 수준이다. 허마셴셩으로 식용 얼음이나 냉동 식품을 시키면 배송 직후 AI(인공지능) 고객센터가 이용자에게 전화를 걸어 “녹을 수 있으니 확인하시라”고 친절히 안내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식품 즉시 배달 서비스인 ‘B마트’ ‘쓱고우’는 주문 가능한 지역이 제한적이고 기본 배달비 3000원이 붙는다.
 

지난 21일 중국 차오양구 싼리툰에서 배달기사들이 식당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지난해 48조 위안(약 9000조원)에 달했다./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각 서비스 사용자들이 지역·소득·연령별로 세분화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위 업체인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는 제품이 다양하고 가격이 싸기 때문에 도시 주민들이 필수품 구매에 주로 쓴다. 다만 배송 기간이 일주일씩 걸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 단점이다. 2위 ‘징둥’은 쿠팡처럼 자체 물류망이 완비돼 있고, 제품을 직접 매입한 다음 판매하기 때문에 배송 속도가 빠르고 품질 관리가 철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도시 중산층의 사용이 급증하는 추세다. 중소 도시나 저소득층에 인기 있는 앱은 3위 ‘핀둬둬’다. 저렴한 제품이나 가품(假品)을 구매 가능한 창구로 여겨진다. 소셜미디어 틱톡과 콰이셔우, 샤오훙수는 ‘충동 구매’ 수요를 확보하며 10대 전자상거래 업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발달할수록 중국의 오프라인 장보기와 쇼핑은 고급화의 길을 걷는다. 차오양구의 명품 쇼핑몰 궈마오다샤는 런웨이(모델이 걷는 무대)를 연상케 할 정도로 잘 차려 입은 손님들로 바글바글하다. 유료 회원제로 운영하는 월마트 계열 대형 할인매장인 샘스클럽은 백화점에서나 팔 법한 물건들을 쌓아 놓고 판다. 중국에서 오프라인 매장들이 몸집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샘스클럽은 작년 말 25개 도시에 42개 매장을 열며 덩치를 키웠다. 베이징 샘스클럽 매장 앞에는 고급 수입차가 아닌 차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b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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