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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진 촬영, 지도 검색도 조심해야…‘반간첩법’이 바꿀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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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 촬영, 지도 검색도 조심해야…‘반간첩법’이 바꿀 일상
내용

 

입력2023.06.27. 오후 4:49

 

간첩 행위·적용 범위 확대한 개정법 7월 시행
간첩 대리인에 협력하는 행위도 처벌
주중 대사관 “예상치 못한 피해 유의” 당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새로 선출된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중앙위원회 지도부를 만나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요즘 중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반간첩법 동향이다. 2014년 이후 9년 만에 개정된 법은 처벌 받는 간첩 행위를 대폭 확대하고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건 등도 보호 대상에 넣는 등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중국 인사들과 교류하는 외국 주재원이나 사업가, 대외 업무를 하는 중국인들이 간첩 사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교민들은 한·중 관계가 좋지 않은 때 이 법을 빌미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며 위축된 분위기다.
 

“한·중 관계도 안 좋은데…” 위축된 교민 사회


주중 한국대사관은 26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반간첩법 개정안 시행 대비 안전 공지’를 통해 “한국과는 다른 제도, 개념 등의 차이로 예상치 못한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특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대사관은 중국 국가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자료·지도·사진·통계 자료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스마트폰·노트북 등에 저장하는 행위 등을 유의할 것을 강조했다. 또 군사시설·국가기관·방산업체 등 보안통제구역 인접 지역에서의 촬영, 시위 현장 방문, 중국 정부에서 금지하고 있는 종교 활동도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예컨대 한국인들이 주로 찾는 백두산 관광 시 북·중 접경 지역 등을 무심코 찍었다가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베이징에서 20년 넘게 거주한 한 교민은 27일 “중국 SNS인 위챗을 이용할 땐 시진핑 국가주석을 직접 언급하거나 당국을 비판하는 글을 쓰지 않는 등 자기 검열이 일상화됐다”며 “이제는 업무상 중국 사람을 만나 자료를 주고받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더욱 조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지난 4월 열린 제2차 회의에서 반간첩법 개정안을 심의해 통과시켰다. 이에 따르면 기밀 정보 및 국가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 데이터 등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이 간첩 행위에 추가됐다. 국가기관·기밀 관련 부처 및 핵심 정보 기반시설 등에 대한 촬영, 사이버 공격, 간첩 조직 또는 그 대리인에게 협력하는 행위도 포함됐다. 중국 당국이 안보나 국익과 관련 있다고 판단하면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제3국을 겨냥한 간첩 활동이 중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경우에도 이 법이 적용된다. 이와 함께 국가안보기관이 간첩 행위 혐의자의 자료와 물품을 열람, 수거하고 신체 및 특정 장소를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했다. 이 법을 위반한 외국인은 추방되거나 10년 내 입국이 금지된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에 대해선 입국 불허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반간첩법 주무 부처인 국가안전부의 천이신 부장(장관)은 개정안 통과 직전 베이징 국가안전국을 방문해 “베이징은 침투, 전복, 적대 세력의 분리주의 활동, 간첩 활동을 단속하는 주요 전장”이라며 “주요 위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제거하기 위해 방첩 업무를 종합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안전부의 시찰 활동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 공산당은 최근 군 간부들이 지방의 당정 기관, 사회단체, 언론사 관계자 등과 교류할 때 지켜야 할 세부 지침을 발표했다.
 

“적대세력의 침투”…백지 시위가 불붙인 반간첩법 개정

 

3년째 계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과 이로 인한 봉쇄에 반대하는 중국 시민들이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흰 종이를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는 모습. AFP연합뉴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래 중국은 감시와 통제가 한층 강화됐다. 지난해 11월 코로나 봉쇄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어졌을 때 중국 공안 당국은 “적대 세력의 침투 및 파괴 활동”을 언급했는데 이것이 결국 반간첩법 개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간첩 혐의로 기소된 미국 시민권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대만인을 국가분열 혐의로 기소한 사실을 공개하는 등 공안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쑤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지난달 간첩 활동에 종사한 혐의로 기소된 존 싱완 렁(78)에 대해 무기징역과 정치권리 박탈, 개인재산 몰수를 선고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04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실린 기사에 홍콩 태생으로 렁씨와 같은 이름, 생년월일을 가진 미국 기반의 사업가가 중국과 미국 지방정부 관리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저장성 원저우 국가안전국은 지난해 8월 체포한 30대 대만인을 국가분열 혐의로 최근 기소했다. 그는 대만 독립과 유엔 가입을 위해 대만 민족당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대만 독립 추진을 국가 분열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소속 언론인이 지난해 베이징 시내 식당에서 일본 외교관과 식사를 하다가 간첩 혐의로 체포돼 1년 넘게 구금되는 일도 있었다.

중국 당국이 외국 컨설팅 업체를 급습해 조사했다는 소식이 관영 매체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한다. 중국 CCTV는 지난달 컨설팅 회사 캡비전이 중국에서 민감하게 여겨지는 산업과 관련해 외국 정부와 군, 정보기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해외 업체들로부터 컨설팅 프로젝트를 대거 수주했고 국가 기밀을 누설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외국 비정부기구(NGO)에 신장위구르자치구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내국인들도 반간첩법에 따라 처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장은 소수민족에 대한 강제노동과 인권탄압 문제가 제기된 지역으로 중국은 “반중 세력이 꾸며낸 거짓말”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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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