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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6-29 10: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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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뇌물수수’ 혐의 손준호, 中서 징역 5년 가능성…
내용

 

입력2023.05.19. 오후 11:20   수정2023.05.22. 오후 1:35

 

같은팀 코치진·선수 등 7명 ‘승부조작’ 조사 중
“뇌물 수수 사실이면 금액 따라 10년도 가능”
“국외 추방 가장 좋지만…경제 손실은 불가피”
中, 월드컵 본선 못 나가는 자국 축구에 분노 커


“손준호가 중국에서 최대 5년 감옥살이를 할 수 있다.”
 
지난 17일 중국 언론을 통해 전해진 이같은 소식에 한국 언론과 스포츠계는 술렁였다. 중국 프로축구 산둥 타이산에서 뛰고 있는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 미드필더 손준호는 최근 ‘뇌물 수수’ 혐의로 구금 상태에서 중국 공안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현지에선 법률 전문가들이 “만일 손준호 뇌물 수수가 사실이라면 수수 액수에 따라 5년 이하 혹은 그 이상 징역을 살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 당시 인터뷰하는 손준호. 연합뉴스

사건의 발단은 중국 공안 당국이 자국 축구계에 만연한 승부조작 등 부패를 청산하기 위해 대대적 조사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손준호 구금에 앞서 산둥 타이산의 다른 선수와 코치진 등 7명이 먼저 붙잡혀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손준호는 이중 언어가 잘 통하는 조선족 선수 진징다오(金敬道)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은 이들의 친분을 언급하며 손준호가 승부조작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높게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전 중국 국가대표 선쓰(申思)가 손준호와 같은 뇌물 수수 혐의로 6년 형을 선고 받고 50만위안(약 9400만원)의 벌금을 낸 적이 있다”며 손준호가 이와 비슷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손준호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데다 정확한 혐의와 사건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만큼 국내 언론과 스포츠계는 추측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한국 스포츠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 
 
만약 손준호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외국인인 그가 중국 내에서 5년 또는 그 이상의 실형을 살게될 가능성이 있을까?
 
중국 상하이에서 15년째 활동 중인 법무법인 태평양(BKL)의 김성욱 파트너 변호사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중국 법률에 근거한 팩트체크 및 향후 전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5년 이상 실형 가능하다’는 중국발 보도 어떻게 봐야하나?
 
A. 재판을 받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물론 혐의가 사실인지 아닌지가 관건인데, 그게 맞고 받은 금액이 크다면 5년이 아니라 10년도 가능하다.
 
Q. 어떤 이유에서인가?
 
A. 중국의 ‘비(非)국가공작인원수뢰죄’는 쉽게 말해 공무원이나 국영기업 직원이 아닌 일반기업이나 조직 소속인원의 뇌물수수죄다. 중국 형법 제163조는 이에 대해 ‘회사, 기업 또는 기타 단위(조직)의 직원이 직무상의 편의를 이용하여 타인의 재물을 요구하거나 불법으로 타인의 재물을 수수하여 타인의 이익을 도모하고, 그 금액이 비교적 큰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구류에 처하고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그 금액이 매우 크거나 기타 중대한 정황이 있는 경우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 그 금액이 특별히 매우 크거나 기타 특별히 중대한 사정이 있는 경우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고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손준호 선수가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론상으로는 금액과 상황에 따라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Q. 수뢰 금액이 ‘크다, 매우 크다, 특별히 크다’의 기준은 무엇인가?
 
A. 중국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횡령 뇌물 형사사건 처리에 적용하는 법률의 약간 문제에 관한 해석’에서 찾을 수 있는데, 비공무원의 경우는 공무원보다 수뢰 금액 기준이 관대하게 적용된다. ‘크다’의 경우 공무원 기준 금액의 2배, ‘매우 크다’의 경우 5배로 한다. 이에 따른 비공무원 관련 기준은 △금액이 비교적 큰 경우/6만위안 이상 100만위안 미만 △금액이 매우 큰 경우/40만위안 이상 1500만위안 미만 △금액이 특별히 매우 큰 경우/1500만원 이상이다. 현재 환율(1위안=약 188원)로 따지면 비공무원이 약 7600만∼30억원의 금품을 받았을 때 3년에서 최대 10년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Q. 외국인이 중형 받을 가능성이 높은가?
 
A. 중국 형법 제6조는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중화인민공화국 영토내에서의 범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즉, 중국내에서 발생한 범죄는 국적을 불문하고 적용된다는 의미다. 한국 형법 제2조도 같은 취지에서 ‘본법은 대한민국영역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손준호 선수가 만약 중국에서 중국 형법을 위반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 중국 형법이 적용된다. 실제 중국에 형사사건으로 수감돼 있는 한국인들이 있다. 중국에서 중국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더 큰 형사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Q. 징역형 외 다른 가능성은 없나?
 
A. 중국법에 의하면 외국인이 위법 범죄활동에 종사한 경우 법원의 판단에 따라 강제 추방 또는 향후 중국 입국금지를 할 수 있다. 만일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손준호 선수의 가담정도가 경미하고 수수한 금액이 적어서 경미한 처벌(실형 없이 벌금만 부과 등)만 받거나 실형을 살지 않고 추방되면 그게 ‘베스트’일 수 있다. 중국 언론에서도 추방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은 피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보통 스포츠 선수들이 소속구단과 입단 계약을 체결할 때는 본인의 문제로 경기를 뛸 수 없게 될 경우, 혹은 중국법을 위반한 경우 계약금을 반납하고 배상금을 낸다는 등의 조항을 넣는다. 최악의 경우엔 징역을 살고 중국 당국에 벌금을 내고 구단에 배상금도 내야할 수도 있다.
 
Q. 향후 사건 전개 전망은?
 
A. 무혐의로 밝혀지만 좋겠지만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 현재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 중국 내에서는 월드컵 본선 진출에 번번히 좌절되는 자국 축구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있고, 이것이 중국 축구계의 부패 때문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런데 승부조작 정황이 사실로 밝혀지고 외국인까지 가담했다고 하면 중국 축구팬들의 분노가 치솟을 것이다. 분위기가 격하게 흘러간다면 실형, 벌금, 배상금, 국외추방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둘 수 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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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