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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8-07 11: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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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얼굴 붉어져도 술 마시는 건 진화 역행?
내용

 

입력2023.08.07. 오전 7:01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술 마시다가 얼굴이 붉어진(안면 홍조) 상대에게 “괜찮아, 한두 잔 더 하면 정상으로 돌아와”라 말하며 사람 좋은 표정으로 알코올 흡입을 독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험한 일이다. 술 마시고 얼굴이 붉어진 사람은 고혈압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보고가 있다. 음주 후 안면 홍조가 있는 사람이 계속 술을 마시면 혈관 내벽에 지질이 쌓일 가능성도 커진다.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올라간단 얘기다.
 

알코올성 안면 홍조의 유전적 원인

아세트알데히드란 물질 때문이다. 몸에 들어온 알코올은 간에서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된다. 아세트알데히드엔 간에 무리를 주는 독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술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아세트알데히드를 바로, 독성 없는 아세테이트로 분해한다.

하지만 알코올 대사를 돕는 효소 생산에 장애가 있는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알코올이 생성시킨 아세트알데히드를 아세테이트로 잘 분해하지 못한다.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에 쌓이면서 혈관이 확장하고, 피부가 붉어지며 열을 낸다. 심하면 머리가 아프고 메스껍다. 알코올 홍조는 유전적인 원인을 갖는다.
 

진화의 고마움을 망각한 사람들

미국의 분자생물학자 빌 설리번은 알코올 홍조 반응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1만 년 전 중국 남부에서 기원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쌀농사가 시작된 시기다. 쌀이 발효하며 만들어진 알코올을, 당시 사람들은 소독제나 방부제로 활용했는데 그걸 먹어본 사람들이 있었다.

빌 설리번은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로크미디어 펴냄)에서 “(그때) 알코올이 축복이면서 저주라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라며 “알코올 불내성이 알코올의 과도한 섭취를 막아줌으로써 생존 상의 이점을 부여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러니까 알코올 홍조 반응은 인류 진화의 산물이다. 얼굴이 빨개져도 술을 권하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진화의 고마움을 망각한 이들이다.

술을 추가로 마시는 중에 붉게 변한 얼굴색이 다시 환해진다고 아세트알데히드가 분해된 건 아니다. 그저 우리 몸이 어려운 상황에 적응한 것뿐이다. 얼굴색이 돌아왔다고 독성 있는 아세트알데히드가 독성 없는 아세테이트로 분해된 건 아니란 얘기다. 홍조를 무시하고 계속 술을 마시면 아세트알데히드가 우리 몸의 곳곳을 공격해 건강을 해친다.
 

이지형 객원기자 aporia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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