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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3-11-20 12: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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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중국인들 버스 안 타"…공산주의 상징 '1위안 요금' 오른다
글쓴이 뉴스팀 글잠금 0
제목 "중국인들 버스 안 타"…공산주의 상징 '1위안 요금' 오른다
내용

입력2023.11.20. 오후 12:07  수정2023.11.20. 오후 12:08

 

지하철·디디추싱 등 모바일앱 사용 급증…
지역 버스기업 적자, 지자체 세수 블랙홀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중국인들./사진=바이두

 

중국 공산주의 체제의 상징 중 하나인 1위안(약 180원) 버스요금이 사라질 전망이다. 생활수준 향상과 각종 모바일 모빌리티 플랫폼 확산으로 중국인들이 버스를 타지 않고 있어서다. 광저우와 란저우 등 대도시들이 연이어 버스요금을 올리는 가운데 지하철이나 모바일 플랫폼으로 부담이 전염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중국 지역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남부 대도시 광저우(廣州)와 란저우(蘭州)시는 시내버스 요금을 각각 현재 1위안에서 2위안으로 인상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또 이들을 포함한 복수 도시에서 속속 장거리 노선 버스요금 인상 계획을 밝히고 있다.

중국의 낮은 버스요금은 자본주의 경제체제 도입 이후 치솟는 물가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산당이 사회주의 시스템의 보루로 남겨둔 몇 가지 영역 중 하나다. 중국의 극단적 물가 양극화는 이미 유명하다. 모든 인민이 고루 누리기 어려운 예체능 교육이나 사치품의 가격은 한국 등 선진국보다 훨씬 비싼 반면 대중교통 요금이나 기본적 식재료 가격은 이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저렴하다.

특히 1위안의 버스요금은 사회주의의 한 상징 격이었다. 중국 최대 도시이자 정치중심지인 베이징의 시내버스 요금도 1위안이다. 베이징 지하철 요금이 기본 3위안(약 540원)을 시작으로 한 시간가량 이동한다면 6위안(약 1080원)으로 한국의 기본요금과 비슷한 수준까지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버스요금이 얼마나 저렴한지 짐작이 가능하다.

문제는 중국 인민들이 더이상 버스를 타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연간 782억건으로 가장 많았던 중국인들의 총 버스 이용 횟수는 지난 2019년 692억건으로 떨어졌고, 2022년엔 353억명으로 고점 대비 절반 수준까지 내려왔다. 코로나19(COVID-19) 이전부터 이미 꺾인데다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 줄었다는 의미다.

중국인들이 버스를 외면하는 이유는 뭘까. 현지서는 소득수준이 높아진 중국인들이 지하철이나 디디추싱(중국판 카카오택시) 등 모바일 기반 차량호출 플랫폼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디디추싱은 올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난 514억위안(약 9.2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이용건수는 34% 늘어난 35억8000만건에 달했다.

버스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가뜩이나 악화일로이던 버스회사들의 재정은 파탄위기를 맞고 있다.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에서 인구 100만명 가량 구 주민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는 한 버스회사는 지난주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급여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명무실해지긴 했지만 아직 중국인들에겐 공산당이 전 인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개념이 남아있다. 임금 체불은 폭탄의 도화선이나 다름없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 문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청두시 지방정부가 사실이라고 인정했고, 급히 자금을 지원해 체불된 임금을 모두 지급했다.

중국 청두 시내 한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바이두

 

버스 리스크를 처음 알린 톈진(天津)시 시영기업 톈진교통그룹 체불사태도 비슷하게 전개됐다. 지난 9월 회사 직원들이 "6월부터 임금이 밀렸다"고 들고일어났다. 이 회사에 지난 한 해만 정부지원으로 들어간 돈이 33억위안(약 5935억원)에 달했는데도 임금이 밀렸다. 톈진시가 긴급하게 추가 지원금을 투입하며 일단 봉합됐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만큼 사태는 언제고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버스회사의 부실이 지하철과 모바일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지하철도 대부분 적자다. 최근 중국 내에서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중국 24개 도시 중 19개 도시 지하철이 적자 상태였다. 특히 지하철 광고나 역사 임대 수입을 제외하면 사실상 24개가 모두 적자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2018년에 시내인구가 300만명 이상이고 지자체 세수가 3000억위안(약 5.4조원) 이상이어야 지하철을 신규 건설할 수 있도록 규제를 만들었다. 지하철을 지어놓으면 바로 세금의 밑빠진 독이 되니 체력이 있는 지자체만 지하철을 지으라는 거다.

모빌리티플랫폼도 부실하다. 디디추싱은 3분기 흑자전환하긴 했지만 플랫폼 구축 과정에서 쌓인 적자가 여전히 만만찮다.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뉴욕 상장을 강행하다가 결국 상장폐지됐다. 내년 홍콩 상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후발주자들과 경쟁이 격해지며 한때 거의 독점이던 시장 점유율이 70%까지 떨어졌다. 기업평가액이 고점 대비 20% 정도밖에 안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돈 들어올 데가 없다.

중국 버스요금 1위안 마지노선 붕괴는 자칫 사회시스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고민은 커진다. 버스회사들에게 독자생존 방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답이 없다. 한 중국인 버스 기사는 현지언론에 "회사에서 허용해 줘 쉬는 날엔 버스를 몰고 하객들을 나르는 임대 웨딩카 일을 하고 있다"며 "회사 야유회나 가족 성묘행사에 불려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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