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로 구속된 전청조(27)씨와 ‘공범 의혹’을 사고 있는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씨가 10시간 가까이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전날(6일) 오후 2시 20분쯤부터 남씨를 사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10시간가량 이어진 조사는 자정을 넘어 0시 7분쯤 종료됐다. 조사를 마치고 변호인과 함께 경찰서를 나온 남씨는 “혐의 어떻게 소명했나”, “선물 받을 때 사기 피해금이란 거 몰랐는지”, “피해자란 입장에 변함없나” 등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자리를 떴다. 남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기 공범 혐의를 부인하며 전씨 사기 행각을 전혀 알지 못했단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피해자로부터 고소된 건이 있어 남씨를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남씨에 대한 고소가 공범으로 전씨와 같이 범행했다는 내용이라며 “필요하면 (전씨를 송치하기 전) 대질 조사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경찰에 따르면 시간상 여건 등으로 대질 조사는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씨의 변호인은 전날 밤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그동안 전씨를 사기로 고소한 15명은 남 감독을 고소하지 않았지만, 11억원 이상 사기를 당한 전문직 부부가 최근 유일하게 남 감독을 공범으로 고소했다”며 “범죄 수익을 숨겨 놓았을 전씨만을 상대하면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봤을 피해자의 심경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남 감독은 전씨 사기 행각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 감독은 오히려 전씨에게 이용당했다.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남씨는 줄곧 자신도 전씨 사기 행각의 피해자라며 공범 의혹을 부인해왔다. 남씨는 지난달 31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송파경찰서에 전씨에 대해 사기와 사기미수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고, 지난 4일에는 전씨가 선물한 벤틀리 차량, 귀금속, 명품가방 등 총 48점을 경찰에 임의 제출했다. 경찰은 남씨가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으나 필요하면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남씨의 재혼 상대로 대중에게 얼굴을 드러냈다가 사기 의혹이 불거진 전씨는 강연 등을 하면서 알게 된 20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26억여원을 건네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지난 3일 구속됐다. 경찰은 송파경찰서를 집중 관서로 지정한 뒤 전씨 관련 사건 총 12건(고소·고발 11건, 진정 1건)을 병합해 처리하고 있다. 이 중 남씨는 1건에서 공범으로 적시됐다.
 
경찰 관계자는 전씨의 사기 수법과 관련해 “해외 비상장 회사나 국내 애플리케이션 개발 회사에 투자를 권유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며 “그 외에 이미 보도된 결혼자금 편취 1건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