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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11-20 10: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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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산망 먹통’에 20일 주민센터 ‘오픈런’ 촌극… “전입신고 불발 손해 누가 책임지나”
내용

입력2023.11.20. 오전 10:24  수정2023.11.20. 오전 10:36

 

행정전산망 정상화… 시민들 이른 아침부터 주민센터에서 대기줄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거냐”·“전기차 보조금 제 때 받으려나” 불안도
전문가 “정부 인프라, 자연재해도 견뎌야… 평소 훈련 안하나”

 

공무원 행정전산망 ‘새올’과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가 복구된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구청 민원실에서 민원인이 서류를 발급받고 있다. 앞서 17일 ‘새올 시스템’이 장애 문제로 사용자 접속이 막히면서 민원 현장에선 각종 증명서 발급이 전면 중단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박혜원 기자] 지난 17일 오전 발생한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가 사고 발생 50여시간만에 정상화 됐다. 그러나 대체가 불가능한 국가 발행 증명서를 제 때 발급받지 못한 민원인들의 불만은 여전했다. 정부가 약속한 ‘소급’ 적용 역시 구체적인 피해의 대안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20일 오전 9시 서울 중구의 한 주민센터에는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인 9시가 되기 전부터 10명 남짓의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평소보다 대기 줄이 늘어난 것은 지난 17일 업무를 보지 못한 민원인들이 적지 않아서다.

8시 53분에 주민센터를 찾은 서모(64) 씨는 “지난주 금요일에 오전 10시에 전입신고를 하러 왔다가 발급이 안 된대서 1시간 기다렸다가 결국 돌아갔다. 당일 오후 6시까지 계속 물어봤는데도 발급이 안 된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제 날짜에 전입신고를 하지 못할까봐 마음을 졸이면서 오늘 8시 53분께 왔는데도 내 앞에 대기가 8명 있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도 고충을 겪고 있다. 구청에 근무하는 20대 공무원 정모 씨는 “금요일에 못한 민원처리를 주말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주말에도 새올 시스템 접속이 불안정해서 처리를 못했다”며 “금요일과 주말 사이 쌓인 민원을 처리하느라 오늘 야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공무원 행정전산망 ‘새올’과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가 복구된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구청 민원실에서 민원인이 무인민원발급기로 서류를 발급받고 있다. 앞선 17일 ‘새올 시스템’이 장애 문제로 사용자 접속이 막히면서 민원 현장에선 각종 증명서 발급이 전면 중단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상섭 기자

행안부는 지난 17일 행정절차법에 따라 주민센터에서 처리되는 납부, 신고 등에 대해 납부 기한을 장애가 복구 돼 납부할 수 있는 시점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부 대처에 대한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오늘 9시 정각에 주민센터를 방문했다는 유모(57) 씨는 “법원에 낼 주민등록 초본을 떼러 금요일에 왔었는데 발급이 안 돼서 주말에 마음을 졸이다 빨리 나왔다”며 “주민등록 초본을 29개 떼야 하는데, 하루에 발급이 20개까지 밖에 안 된다. 민원 처리에 차질이 없게 조치를 취한다는데, 오늘 29개까지 한 번에 발급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지난 17일 정부24 및 새올 시스템 불통으로 답답함을 토로하는 시민도 있었다. 지난 17일이 전입신고 마지막 날이었다는 김모(31) 씨는 “집주인이 대출을 받으면 내가 근저당 순위권에서 밀려날까봐 너무 걱정된다”며 “혹시나 전입신고가 늦어져 피해를 볼 지는 아직 알 수 없는 것 아니냐. 증거를 모으면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하다는데 얼마나 보상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정부시스템이 이렇게 먹통이 된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고 했다.

새 차 인수가 월요일이라 자동차 등록을 해야 해 지난 17일 휴가를 냈다는 박모(35) 씨는 “전기차라서 국가 보조금과도 연관돼 있는 상황이라 등록을 제때 못하면 보조금이 밀리는 등 차질이 생겨 하루 더 휴가를 내야 한다”면서 “전산에 문제가 생겼으니 처리가 안 된다고 일방 통보할게 아니라 복구가 된다면 저녁 연장근무라든지 주말에 문을 연다든지 처리를 못했던 시간만큼 더 근무해서 시간적으로도 보상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은행에서 대출 업무를 보는 은행원 A(30) 씨는 “대출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전입세대 열람내역을 확인해야 하는데, 확인이 안 돼서 결국 월요일로 대출을 미루고, 신분증 진위 여부가 확인이 안 돼서 눈으로 확인을 했어야 했다”며 “언제 전산망이 정상화될 수 있을지 예상 시간이라도 알려줬으면 다음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 내 무인민원발급기에 붙어 있었던 안내 문구. [박지영 기자]

행정안전부는 이번 전산망 먹통 사태가 행정전산망의 공무원 인증(GPKI) 시스템 일부 네트워크 장비에서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GPKI 시스템과 연결된 ‘L4 스위치’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L4 스위치란 트래픽을 여러 서버에 배분하는 장비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보관리원이 행정전산망 관련 서버의 보안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는 추측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소 정부의 시스템 운영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인프라 시스템의 경우 자연재해에도 끊어지지 않아야 정상인데, 이번 사태의 경우 영속성이 끊어졌고 복구에도 이틀 넘게 걸렸기 때문에 인프라 시스템으로 갖춰야 할 기본이 안 갖춰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처럼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 매뉴얼도 있고, 평소에 연습하게 돼 있는데 연습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시스템에도 수명이 있기 때문에 수명도 체크해야 한다”며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에서 책임을 지고 검토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지영 go@heraldcorp.com 박혜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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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