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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4-01-26 1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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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작곡가 정율성 이념논쟁에 끼어든 中 "정치적 분쟁"
글쓴이 뉴스팀 글잠금 0
제목 작곡가 정율성 이념논쟁에 끼어든 中 "정치적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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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4.01.26. 오전 10:26

 

연합뉴스
지난해 홍범도 장군과 함께 이념논쟁의 중심에 섰던 광주 출신 작곡가 정율성 관련 기념사업이 폐지되거나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이자 중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입장 표명에 나섰다. 중국으로 귀화한 정율성은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도 선정된 바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한 중국 기자가 최근 광주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잇따라 정율성 기념사업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에 대해 질문하자 "정율성 선생은 존중받을만한 저명한 음악가"라고 말문을 열었다.

왕 대변인은 "그는 조선반도(한반도) 남부 광주에서 태어나 일찍이 중국에서 항일 독립운동에 종사했고, 이후 조선과 중국에서 일하고 생활하며 중국 국적을 얻었다"면서 "다년간 한국의 관련 지방은 자발적으로 정율성 선생을 기념하는 시설을 만들고, 정율성 선생과 관련한 문화 교류 활동을 개최해 중한 우호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 나라 정부가 그 나라의 역사와 관련한 대내외 유명 인사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응당 객관적인 사실을 존중하고,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면서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확대할 필요가 없고, 국내 정치적 분쟁 때문에 다른 나라와의 관계와 민간 우호에 영향을 미쳐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이 정율성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율성은 중국으로 귀화해 중국공산당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지난 2009년 중국 정부가 선정한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도 이름을 올린 인물인 만큼 중국 정부도 한국에서 벌어진 정율성 관련 이념논쟁에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다만, 한국 정부와 지자체의 결정인 관련 기념사업 폐지와 축소 움직임에 대해서까지 중국 당국이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제 강점기 광주에서 태어난 정율성은 중국으로 건너가 음악을 전공한 뒤 항일투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한 뒤에는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과 중공군 신분으로 두차례 참전하는가 하면 조선인민군 행진곡도 작곡하는 등 그의 전력으로 인해 이념논쟁이 벌어졌다.

국가보훈부는 지난해 10월 광주시와 전남 화순군 등이 진행하고 있는 '정율성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이른 시일 내에 이미 설치된 정율성 흉상 등 기념시설도 철거하라고 권고했다.

박민식 당시 보훈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율성은 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북돋운 팔로군 행진곡과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 군가를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적군으로 남침에 참여해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데 앞장선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후 이념논쟁이 벌어졌고, 결국 올해 초 정율성 기념사업이 대폭 축소되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대표적으로 광주시는 지난 18일 '정율성 음악축제'의 올해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
 
정율성 음악축제는 광주 남구 주최로 지난 2005년 '정율성 국제음악제'라는 명칭으로 시작된 이후, 2007년부터 주최가 광주시로 변경돼 매년 개최돼 왔다. 최근에는 성악콩쿠르, 음악제, 동요제 등으로 구성된 행사로 자리 잡았으며 중국 현지에서 별도의 행사가 개최되기도 했다.
 
정율성 역사공원은 당초 계획대로 오는 3월 말 준공될 예정이지만 광주시는 새로운 공원 명칭과 활용 방안 등 검토 과정을 거쳐 문을 열 계획이다. 이와함께 광주 남구가 추진하고 있는 '정율성 전시관' 조성사업도 명칭이 '양림 문학관'으로 바뀐다.
 

베이징=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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