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각국 반도체 회사들은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의 영향으로부터 공급망을 보호받기 위해 ‘차이나 플러스 원’ 정책을 쓰고 있다. 그간 공급망에서 중국이 담당하던 공정을 대신할 지역을 찾는 것인데, 말레이시아는 그 중 대표적으로 중국을 대체하는 투자 목적지가 되고 있다. 특히 해변과 다양한 음식으로 유명한 말레이시아 북부 페낭이 반도체 관련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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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페낭이 지난 50년간 반도체 제조 공급망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로 꼽히는 공정, 즉 포장, 조립, 그리고 반도체 테스트 등을 담당해왔지만 앞으로는 텔레비전에서 스마트폰, 각종 전자기기 제조에 이르기까지 5200억달러(682조) 규모의 반도체 산업으로 옮겨갈 목표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웨이퍼 공정이나 직접회로설계 등 높은 수준의 기술도 다루겠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로의 투자 증가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말레이시아는 2023년에 128억달러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3년에서 2020년까지 말레이시아의 FDI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치다. 말레이시아 반도체 산업과 인력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매우 핵심적인 목표라고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안와르 총리는 “말레이시아 역사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시작점”이라며 말레이시아인으로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FT는 현재 말레이시아에서의 반도체 붐이 취약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도 부족하고, 산업을 이끌만한 말레이시아 국내 기업도 없기 때문이다. 또다른 장애요인은 2022년 시작된 안와르 총리 체제에서 말레이시아가 중국에 기울고 있다고 미국이 판단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말레이시아에 밀려들기 시작하면 미국이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된 장비나 제품에도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가우탐 펀탐베카르 뱅크오브아메리카 수석 애널리스트는 “말레이시아는 (미국의)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 논의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며 ”당분간은 기업들의 최고 관심사는 중국으로부터의 공급망 다변화일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