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기업 임원들 두루 찾던
중국판 다보스포럼 갔더니
韓참가 언론은 본지 기자뿐
정부·기업 관계자도 확줄어
한중관계 악화땐 요소수 등
경제 손실·안보 위협 불보듯
내달 정상회의, 화해 계기로
지난달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 갔다. ‘중국판 다보스포럼’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행사 기간 내내 프레스센터에는 내외신 기자 200여 명이 상주했다.
셋째 날쯤 됐을 때 한 중국 신문사 기자와 인사를 나눴다. ‘한국 매일경제신문에서 왔다’고 소개하자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여기서 한국 기자는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웃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아무래도 한중 관계가 안 좋다 보니 많이들 안 왔겠죠?”
보아오포럼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근본적인 원인은 경색된 한중 관계에 있다. 대만·공급망 문제 등 현안을 두고 입장 차를 보이며 관계 회복이 안 되던 차에 중국 측 최고위급 참석자의 격마저 낮아지자 행사 자체가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올해 보아오포럼에는 그동안 참석하던 국가주석이나 총리를 대신해 ‘서열 3위’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참석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선 서열 1위나 2위가 왔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호시절에는 김황식·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보아오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포럼 이사를 맡아 중국 국가주석이나 총리와 면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한중 간 인적 교류가 끊기다시피 하면서 양국 간 소통의 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는 경제적 손실을 넘어 경제안보에도 큰 위협이 된다. 2021년 10월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에 뒤늦게 대처하면서 전국을 혼란에 빠트렸던 ‘요소수 대란’이 얼마든 되풀이될 수 있다. 이르면 다음달 서울에서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린다. 한중 관계 회복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