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2.02. 오전 10:43
31일 유튜브 채널 ‘미미미누’는 최근 ‘헬스터디 시즌2’의 합류하는 합격자 정순수 씨(25)의 사연을 공개했다. 헬스터디는 n수생들이 2025학년도 수능에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모든 교재와 대면 강의를 지원해 주고, 목표 대학 합격 시 첫 학기 등록금을 전액 지원해 주는 콘텐츠다. 정 씨는 중학생 시절 전교 1등 하는 등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과학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등 과학고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대치동 과고 입시반에서 친해진 애들끼리 이미 다 무리가 형성돼있었고 대학 수학 선행까지 끝낸 애들 사이에서 진도를 못 따라갔다. 그럴 때마다 애들이 낄낄거리고 웃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친구 세 명이 제 노트북을 뒤지다가 자기소개서를 봤는지 우리 집안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걸 다른 애들한테 까발리겠다고 했다. 그땐 들키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너무 무서웠다. 꾹 참고 학교에 다녔다”고 말했다. 유튜브 미미미누 갈무리 3학년 때는 한 친구가 정 씨의 노트북을 밟아서 부쉈다. 정 씨는 “아버지가 과고 입학 선물로 사준 노트북이었다. 친구가 자기가 대학생 되면 과외해서 갚겠다고 했는데 대학생 돼서 잠수탔다”고 했다. 재수를 준비하게 된 정 씨는 인터넷 강의를 듣기 위한 노트북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 씨 형편은 더 어려워졌다. 어머니가 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돈이 더 필요해졌고, 하루 12시간씩 배달 일을 했다. 아스팔트에 팔이 갈리는 사고가 나 온 몸이 다친 정 씨는 병원비를 아끼려고 집에서 혼자 치료하기도 했다. 정 씨는 “며칠 뒤 제가 급성 패혈증으로 죽을 뻔했다”면서 “너무 억울했다. ‘노트북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돼야 하나?’ 싶었다. 많이 비참했고 가난하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유튜브 미미미누 갈무리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면서 정 씨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다. 그는 “병원에 아빠를 데려가서 치매랑 파킨슨이 의심된다고 했는데, 의사가 ‘네가 의대생이라도 되냐?’고 무시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응급실에서 입원이 안 된다고 하는데 아빠는 괜찮다더라. 근데 아빠가 살도 40㎏까지 빠지고 그랬다. 너무 암울해서 딱 죽으려고 했다. 그때가 제 생일이었다”며 “그냥 죽기가 너무 억울했다. 학교폭력 당한 것도 제 잘못 아니고, 부모님 아픈 것도 제 잘못 아니지 않냐”며 눈물을 쏟았다. 정 씨는 택배 상하차 일을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올해까지 다섯 번의 수능을 봤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헬스터디 모집 글을 보자마자 ‘신이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다. 현재 정 씨는 의대에 진학하길 희망하고 있다. 그는 “의사가 돼서 엄마, 아빠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장기적으로는 나같이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결심으로 의대에 지망하게 됐다”며 “동정이나 연민 말고 응원이나 격려를 보내달라”고 했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 |